부부 싸움을 하다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한 남편을 구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아내가 항소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구고법 형사 1부(재판장 진성철)는 지난 26일 유기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남편이 부부 싸움 중 문제가 생기면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척을 했다”면서 “발이 땅에 닿아있어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고 진술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법의학 전문가는 목을 맬 경우 발이 바닥에 닿아있더라도 사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일반인인 A씨로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B씨가 사망한 후에야 A씨는 남편이 진정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B씨는 A씨의 유기에 의해 사망한 게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9월 태국 파타야시의 자택에서 A씨와 남편 B씨는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했다.
이후 B씨는 집 밖의 에어컨 실외기 받침대에 밧줄을 고정하고 다른 한쪽을 자신의 목에 수차례 걸려다 실패했다.
A씨가 B씨를 여러 번 달래 집 안으로 데려가려 했으나 B씨는 A씨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사이 B씨 목에 밧줄이 걸려 팔과 어깨 등이 움찔거렸지만, A씨는 B씨 등 뒤에서 바닥을 보고 서 있어 이를 보지 못했다.
이후 A씨는 휴대폰으로 B씨의 뒷모습을 촬영했고, 이를 시어머니 C씨에게 보낸 뒤 C씨의 전화를 받으며 집 안으로 돌아왔다.
C씨의 연락을 받은 아들 B씨의 친구들이 현장에 도착해 밧줄을 자른 뒤 B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B씨는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