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수완박' 본회의 상정, 공직자범죄 빠지고 수사·기소 분리…'문제 조항' 여전

수사 검사·기소 검사 분리 그대로

송치사건 '동일성' 조항도 그대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전 첫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할 때 본회의장의 여야 의원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전 첫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할 때 본회의장의 여야 의원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는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담긴 문제 조항들이 그대로 포함됐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이고, 송치사건의 보완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큰 틀에서 변함없이 담겼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검찰 직접 수사 부서의 인원 현황을 국회에 보고하게 하는 논란 조항들도 포함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본회의에 상정된 검찰청법 수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했다. 수사 범위를 '부패 범죄, 경제 범죄 중'으로 제한한 더불어민주당 안과 달리, 향후 시행령을 통한 검찰 수사 범위 확대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 둔 것이다. '등'이라는 여지는 남겨뒀지만,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를 대폭 늘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이는 것이 입법 취지인 만큼, 수사 범위에서 제외된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나 그 관련 범죄를 시행령으로 다시 포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검찰의 수사 범위는 당초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대로 경제 범죄·부패 범죄 두 분야와 관련 일부 범죄에 제한될 것으로 관측된다. 논란이 됐던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는 여전히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된다.

수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이나 '월성 원전 의혹', 윗선을 향하는 '대장동 의혹' 등을 모두 4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거나 경찰에 넘겨야 할 공산이 커졌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조항도 그대로 유지됐다. 수정안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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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기능과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는 정확한 판단을 위해 필요한 사실들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사실확인 작업이 곧 '수사'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깊지 않은 검사가 기소 여부와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추후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에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모호해진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함께 수정안은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보완 수사하는 경우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남겨둔 셈이지만 '동일성'이라는 문구로 운신의 폭을 제한한 만큼 경찰이 찾지 못한 여죄나 공범 수사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n번방' 사건처럼 피의자들이 '불법 촬영 및 영상물 유통'으로 송치된 경우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추가 의율하지 못하고 단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정안은 경찰로부터 불송치 통지를 받은 사람은 해당 사법경찰과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고발인을 제외한다'는 단서를 새로 추가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항이 고발인의 항고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이 직접 수사한 범죄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정에 대한 항고가 가능한데,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항고만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기관 고발 사건이나 기업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 사건의 경우 사실상 고발인이 사건의 '제삼자'가 아닌 '당사자'임에도 이들의 이의신청권마저 사라지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 부서의 직제 및 소속 검사, 파견 내역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도 검찰을 국회에 예속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과 국회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던 법무부 장관 대신 검찰총장을 보고자로 정한 것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패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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