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가장 급격히 변한 곳은 1기 신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부동산 공약인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에 따른 용적률 상향 기대감이 아파트 시세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는 올해 대선 전인 1월 1일부터 3월 9일까지 0.07%의 미미한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대선 이후인 3월 10일부터 4월 22일까지 2개월 동안에는 0.26% 오르며 상승폭이 3배 이상 높아졌다.
수도권 주요 권역 중 대선 전후 아파트 가격 변화가 두드러진 지역은 1기 신도시가 유일했다.
권역별로 보면 같은 기간 서울(0.25→0.08%), 경기(0.06→0.03%), 수도권(0.15→0.05%)은 상승폭이 줄었고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예정인 용산구도 1.15%에서 0.39%로 오히려 상승폭이 급감했다. 2기 신도시(-0.25→-0.23%)와 인천(-0.16→-0.19%) 등은 약세를 이어갔다.
1기 신도시 중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고양 일산신도시(0.52%)로 나타났다. 이어 △중동(0.29%) △분당(0.26%) △산본(0.14%) △평촌(0.12%) 순으로 상승폭이 높았다. 가구 당 평균가격 기준으로는 △분당 12억 5000만 원 △평촌 8억 7000만 원 △일산 6억 8000만 원 △산본 5억 7000만 원 △중동 5억 6000만 원 순이다. 자금이 부족한 수요층들이 대출 규제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신도시 위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1기 신도시 전체 재고 아파트 물량은 총 27만 7760가구다. 이 중 분당신도시가 9만 2327가구(비중 33%)로 가장 많고 △일산 5만 9509가구(21%) △산본 4만 2412가구(15%) △평촌 4만 1879가구(15%) △중동 4만 1633가구(15%) 순으로 집계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표적인 재건축 대못으로 꼽혔던 안전진단 절차 강화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은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서울과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자산 가치에 대한 재평가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30만 가구의 보금자리’인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연일 진땀을 쏟고 있다.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지난 26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당선인의 1기 신도시 공약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조속한 정비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대규모 이주에 따른 임대차 시장 혼란 등을 막기 위한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3기 신도시 이주 전용 단지 확보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루 전인 25일 인수위 부동산TF는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발표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하며, 단박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의미가 담겼지만, 시장의 관심은 ‘중장기’라는 단어에 쏠리며 “새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이야기로 번지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