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연평부대에서 후임병이 선임병들로부터 집단 구타와 성고문을 당한 사실이 공론화된 직후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군인권단체가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28일 “해병대 집단 구타·성고문 사건의 피해자가 용기를 내 사건을 공론화하자 가해자 부모의 2차 가해가 돌아왔다”고 밝혔다.
단체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해병대 최전방 부대인 연평부대에서 선임병 3명이 지난달 후임병을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가혹행위와 성고문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해병대 군사경찰대는 가해자를 기소의견으로 군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상태다.
이 단체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가해자 3명 중 B상병의 어머니는 회견 이튿날 피해자에게 전화해 아들에게서 “(구타, 가혹행위, 성고문 등을) 합의 하에 했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피해자가) 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들었거든”이라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는 “(기수가 낮은)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감사합니다'랑 '알겠습니다' 밖에 없거든요”라고 답했다. 해병대에서는 선임에게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할 때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악습이 있다고 센터는 전했다.
녹취록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로 넘긴 거잖아요"라고 물었으나 B상병 어머니는 "지금 조사 중이지, 인정하고 넘어간 건 아니죠"라고 두둔한 것으로 나온다.
이 단체는 B상병이 피해자의 음모를 전기이발기(속칭 바리깡)로 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B상병 어머니와의 통화에서도 이런 점을 언급하면서 “합의해서 한 것 같아요?”라고 물었으나 B상병 어머니는 “누가 해달라고 한 사람이 미친 거고, 밀어준 사람도 잘못된 거지… 장난도 정도가 있지”라고 말했다고 단체 측은 전했다.
또 피해자가 “둘(B상병과 다른 가해자)이서 저 많이 때렸어요”라고 말하자 B상병 어머니는 “누굴 때리고 그럴 애가 아닌데 왜 그랬을까”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단체 측은 말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책임을 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 부모가 피해 사실이 합의로 이뤄진 것이란 가해자들의 주장을 두둔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범죄 행위를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기조로 향후 수사와 재판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