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시각, 러시아가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폭격을 가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키이우 시 당국은 키이우의 셰우첸코우스키 지구가 이날 오후 8시께 두 차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사일 2발 가운데 한 발이 25층짜리 주거 건물을 덮쳐 최소 1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폭격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트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후 1시간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포르투갈 방송 RTP와 인터뷰에서 "키이우에 대한 공격은 충격적이었다"며 "내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키이우가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 모두에게 신성한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키이우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3국의 발상지다. 사무총장 측은 총장의 안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폭격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이 끝나자마자 키이우로 러시아의 미사일이 날아왔다"며 "러시아 지도부가 유엔과 이 기구가 대표하는 모든 것을 욕보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공격은 키이우뿐만 아니라 전역의 여러 도시에도 가해졌다. AP통신은 국경 인근도시 체르니히우, 서부 폴론, 키이우 인근의 파스티브 등 전국 곳곳에서 폭발이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AP는 러시아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도 밤새 집중 포격을 가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우크라이나 제36 해병여단과 아조우 연대가 1000명의 민간인과 함께 은신해 '최후의 항전'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제철소 내부의 우크라이나 군인 수백 명이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의 집중 공격이 이어지며 이 곳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