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윤지성 "가수는 발전해야 하는 직업, 그만큼 도전의식 있어요"에 이어서…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윤지성이지만 “이 앨범을 준비하는 시기가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힘들었던 때였다”고 담담하게 털어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이 울기도 하고, 녹음도 제때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다도 길에서 울고 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많이 힘들었던 상황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마음을 더 예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활짝 핀 꽃처럼 더 다양한 색깔로, 더 예쁘게 웃는 모습으로 내 이런 슬픔을 승화하고 싶었죠. 그런 마음이 수록곡 ‘슬립(SLEEP)’ 가사에 살짝 담겨 있기도 해요.”
윤지성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계기는 워너원 재결합 무대 이후 맞닥뜨린 댓글이었다. 지난해 12월 ‘2021 Mnet ASIAN MUSIC AWARDS’(이하 ‘MAMA’)에서 3년여 만에 모인 워너원 멤버들은 특별 공연으로 팬들의 반가움을 샀다. 윤지성에게도 행복한 무대였다. 하지만 방송 이후 일부 네티즌들이 댓글로 ‘윤지성 지금 군 휴가 중에 무대하는 거냐’ ‘왜 이렇게 머리가 기냐. 가발이냐’고 무심코 던진 말들이 마음에 콕 박히게 됐다.
“제가 거기서 너무 충격을 받은 거예요. ‘나는 끊임없이 드라마도 찍고 뮤지컬도 하고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왜 모르지?’ 싶었죠. 제가 방송 쪽으로 활동을 많이 안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른다는 걸 알게 됐고, 거기서 매너리즘에 확 빠져버렸어요. ‘나는 그럼 지금까지 무엇을 한 건가’라는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말하면 팬들에게 죄송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의 감정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워너원 때만큼의 대중의 인기가 그립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윤지성으로서 열심히 살았는데 사람들이 모르니까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동안 매너리즘에 허우적대던 윤지성이 다시 원동력을 찾을 수 있게 된 건 반려견 베로 덕분이다. 유기견이었던 베로를 지난해 입양하게 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공식카페에 팬들이 달아주는 주접 댓글도 큰 힘이 됐다. 알면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옆에 있어준 어머니도 큰 위로였다.
“근데 사실 지금도 이겨낸 것 같진 않아요. 제가 저에게 속았더라고요. ‘난 역경을 딛고 일어섰어. 오케이 나 진짜 할 수 있어. 이제 스케줄 다 잡아’ 이랬는데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전처럼 안 받아들여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진짜 얇은 유리막이었던 거죠. 혼자 살얼음을 걷고 있었던 건데 저는 그게 발판인 줄 알고 걷고, 거짓된 마음에 속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약간 인정하려고 해요. ‘대단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정말로 괜찮아요.”(웃음)
이렇게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햇살을 보게 되는 과정을 거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인생에서 첫 번째로 힘들었던 시기는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 때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자의로 나간 거였지만, 막상 서바이벌에 내던져지니 견디기 힘들었다.
“데뷔를 못하고 있으니까 나간 거였거든요. 그런데 서바이벌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에요. 경쟁을 무서워하고 분란이 일어나는 걸 싫어해요. 제가 그때 반지하 고시원에 살고 있었는데요. ‘프듀’에서 3등하고 나서도 반지하 고시원에 들어가니까 그때 좀 많이 힘들더라고요. 19살 때부터 살던 고시원에서 워너원으로 데뷔한 27살 때 탈출했어요.”
“삶이 복잡하고 힘들고 길을 잃는 순간들이 분명히 오잖아요. 저도 길을 잃는 순간들이 오거든요. 그럴 때마다 한 번씩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서, 너무 하늘만 보고 달려서 지금 밟고 있는 게 돌길인지 꽃길인지를 분간을 못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돌아보면 그곳이 꽃길이었음에도 앞만 보고 위만 보고 달렸더라고요. 그래서 팬들에게 앨범을 통해 ‘내 삶이 미로 같을지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인터뷰③]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