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됐던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이 29일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녹음에선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직접적으로 거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공판 기일을 열고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 6개를 재생했다.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2012년 9월7일 당시 정 회계사와 통화하며 “내부적으로 결합개발(대장동 지구와 제1공단을 묶어 개발하는 것)이 안 되는 걸로 결론이 나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멍청한 공무원들 때문에 뻘짓했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 민관합동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남 변호사는 “(성남시)의회가 빨리 개원해서 (이 시장이 결합개발을 포기할)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모든 각을 이재명과 유동규 등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을 짜서 진행한 거라 거기 더 많은 게 있는 느낌이라고 김만배 대표가 얘기하더라”고도 말했다.
녹음 파일에서 언급된 주요 인사는 이 전 지사 뿐만이 아니다. 화천대유 측이 민주당 현역 의원 측에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온다. 남 변호사는 2012년 9월 27일자 녹음 파일에서 “이모 보좌관은 우리 돈을 받은 사람”이라며 모 의원의 이 보좌관이 내부적으로 사업을 도와줄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한다. 지난해 국민의 힘은 김만배씨가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고, 해당 의원은 국민의 힘 측을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또 다른 통화에서 “만배형이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완전 ‘깐부 사이’이니 걱정 말라더라”고도 설명한다. 다만 이에 대해 김씨의 변호인은 “이 녹음 파일은 정영학과 남욱의 대화인데, 김수남 검사장의 이름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다”며 “검사님이 설명하면 뭔가 김 검사장이 연결된 것 같은 뉘앙스를 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음 파일 66건을 법정에서 재생할 예정이며 이날은 이중 6건을 재생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과 3일, 6일에도 집중적으로 공판을 열어 녹음 파일을 재생하고, 다음 기일부터는 1.4배속으로 빠르게 듣기로 했다.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은 2012~2014년과 2019~2020년 김씨, 남 변호사 등과 주고받은 대화와 통화를 녹취한 것으로 이번 사건의 중요 단서로 꼽힌다. 정 회계사는 앞서 “제가 관여하지도 않은 일을 관여한 것처럼 잘못 인식돼 불이익을 받을까봐 증거를 남기려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