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중고차, 한달 타보고 구매 결정' 안타깝지만 내년에…미뤄진 대기업 시장 진출 [뒷북비즈]

중기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5월로 연기

사업 시작해도 판매대수·매입 제한 등 규제

소비자도, 대기업도 '아쉽'…내년 1월 시범사업





현대자동차·기아(000270)가 야심차게 뛰어들려던 중고차 시장 진출이 1년 미뤄지게 됐다. ‘한 달 타보고 결정’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시장 진출 준비에 나섰던 완성차 업체들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내년 5월부터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 관련 사업조정 신청에 대해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권고안을 의결했다. 현대차(005380)·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기를 1년 뒤인 내년 5월로 연기하는 내용이다.

내년에 가까스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더라도 규제가 앞을 가로막는다. 내년 5월 이후 사업 개시를 하더라도 첫 2년 동안은 판매 대수가 제한된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대수의 2.9~4.1%, 기아는 2.1~2.9%다. 매입 또한 신차 구매 고객이 기존에 타던 차를 중고차로 매입해 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도록 했다. 그나마 내년 1~4월에 각각 5000대 안에서 인증중고차 시범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현대차·기아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의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가 권고한 현대차·기아 중고차사업에 대한 사업조정 결과는 중고차시장의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며 “사업 개시 1년 유예 권고는 완성차업계가 제공하는 신뢰도 높은 고품질의 중고차와 투명하고 객관적인 거래환경을 기대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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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중고차 던전’이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로 허위매물로 인한 중고차 매매 단지의 부정적 인식이 많았고,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탓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중고차 사업을 앞두고 철저한 품질 검사와 파격적인 구매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높였다. 기아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발표한 사업 전략을 통해 5년, 10만 ㎞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취급하고 보상 판매 프로그램(트레이드 인)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3월 중고차 진출을 선언한 현대차도 같은 수준의 품질 관리 기준을 내세웠다.

기아는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찻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최저 성능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해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만 인증해 판매하기로 했다. 예비 구매자가 차량을 한 달 동안 운행하며 체험한 후 최종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는 ‘선(先)구독 후(後)구매’ 프로그램도 큰 기대를 모았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 시범사업을 선보인 뒤 유예 기간에 맞춰 5월부터 인증중고차를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중고차업계와의 상생협력과 상호발전을 위해 연도별로 설정한 시장점유율 상한에 맞춰 단계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인증중고차 대상 외 차량은 중고차 매매업계에 공급할 방침이다.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제공하는 중고차 통합정보 오픈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대승적 차원에서 권고내용을 따르며 중고차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중고차 소비자들의 권익 증대와 중고차시장의 양적·질적 발전, 기존 중고차업계와의 상생을 목표로 중고차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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