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0일 국회가 ‘폭력 국회’라는 역사적 오점을 또다시 남겼다. 검찰청법은 오후 4시 28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돌입해 재석 177명 중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개의(4시 22분)된 지 6분 만이었다. 입법 독주를 펼치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에 맞설 뾰족한 수가 없는 국민의힘 사이에서 의회 정치는 실종됐고 거친 언사와 물리적 충돌만 남았다. 새 내각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 6·1 지방선거의 임박으로 이달에도 여야의 갈등 수위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일 국회는 본회의장에 입장하려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를 저지하려는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 의장을 포위한 채 항의했고 경호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이 일면서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119에 실려갔고 얼굴을 다쳐 피를 흘리는 취재진도 나왔다. 특히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욕설을 내뱉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회의장 안에서도 대립은 이어졌다. 의사 진행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의장에 대한 인사를 생략하고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고 비판하며 박 의장을 향해 “앙증맞은 몸”이라고 발언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합의안을 전면 부인하고 이렇게 나대시는 것은 국민에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상대를 자극하면서 회의장에는 고성이 오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선진화법을 무너뜨리고 위법 행위를 하는 일들이 국민 앞에서 버젓이 벌어졌다”고 국민의힘을 나무랐다. 국민의힘은 위장 탈당 등 민주당의 변종 날치기로 다수당의 입법 횡포를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해졌다고 질타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모든 탈법·편법·꼼수를 다 보여줬다”면서도 “국회에서 고성이 오갔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장석 점거 등 과거 동물 국회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3일 검수완박 입법 완료 뒤에도 강대강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총리 등 19명의 국무위원 인사 청문회가 2일부터 시작되고 6·1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정국 주도권 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피켓 시위를 벌이면서 여론전을 펼쳤다. 첫 타자로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구중궁궐 청와대 속에 있으면서 열혈 강성 지지자들의 환호에 눈과 귀를 막은 채 국민의 목소리를 안 듣고 있다”며 “검수완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것을 몸소 보여 달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의 집단광기. 나라 말아 먹은 하나회의 역할을 처럼회(민주당 내 초선 강경파 모임)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선 패배로 인지 부조화에 빠진 지지층에게 뭔가 상징적인 승리를 안겨줘야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