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핵폐기물 저장용량 10년도 못버텨…경수로에도 건식저장소 짓는다

[2031년부터 순차 포화…정부 임시저장시설 건설 가닥]

영구처분시설 건설 37년 걸리는데

경수로 폐기물 보관 습식저장소는

관리문제로 추가 증설 불가능해

안전성 높은 건식저장 유일한 대안

주민 설득 등 밑작업만 최소 7년

'발등의 불' 정부, 패스트트랙 검토

보상수준이 사업속도 결정지을듯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수로 원전 내에 ‘건식 저장 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현재 경수로 원전 가동 이후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수(水) 냉각’ 방식의 습식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다. 습식 저장소는 관리 문제로 원전 건설 단계부터 건설해야 돼 추가 증설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같은 저장 공간이 10년 내에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경수로에 건식 저장 시설을 지으려면 주민 설득 과정, 안전 진단 등 최소 7년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어 일러야 2029년께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시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제반 작업에 곧바로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사 33면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차기 정부 원전 활성화를 위한 필수 과제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선정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경수로 발전소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건식 저장소를 새로 만들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말 발표된 ‘2차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에 따르면 관리 시설 부지 확보에만 13년이 걸리는 등 중간 저장 시설 확보 등의 일정까지 고려하면 영구 처분 시설 건설에 최장 37년이 필요하다. 임시 저장 시설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중수로 원전인 월성 발전소(월성 1·2·3·4호기)에만 건식 저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었다. 월성 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습식 저장소에 5년 간 저장한 후 건식 저장 시설에 옮겨 저장해왔다. 중수로 원전 1기당 연간 사용후핵연료 배출량은 4300다발가량으로 경수로(32~61다발) 대비 100배가량 많은 만큼 건식 저장 시설 건설이 필수였다.



이와 달리 국내 경수로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지금까지 모두 습식 저장소에 저장됐다. 경수로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혹시나 모를 ‘주민 수용성 문제’로 건습 저장 시설 건설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건식 저장 시설은 물을 꾸준히 공급해줘야 하는 습식 방식보다 사고 위험이 낮다. 핵폐기물은 밀봉한 채 건물 외벽 공기를 바탕으로 핵연료를 냉각시키는 방식이라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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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수로 발전소 내 건식 저장소 설치 카드를 꺼내든 것은 말 그대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고리원전과 한빛원전은 2031년 시설 포화가 예상된다. 한울 원전과 신월성 원전의 저장 시설 포화 예상 시기도 각각 2032년과 2044년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포화 시기는 원전 이용률 상향 및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정책 등의 영향으로 한층 앞당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를 두면서도 여타 절차는 최소화한 ‘패스트 트랙’ 방식으로 건식 저장 시설 건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 내에서는 최소 2029년까지는 건식 저장 시설 설치가 완공돼야 임시 저장소 포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식 저장 시설 설치 시 기술적 난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경수로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보관을 위한 건식 저장 시설이 다수 운영되고 있어 기술적 문제는 없다”며 “세아베스틸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 또한 관련 기술을 확보했지만 아직 실증 작업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해외 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건식 저장소가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주민 동의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초 월성 원전 관련 지역에 1115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건식 저장 시설 증설에 합의한 바 있다. 한수원은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2019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주민 투표 및 증설 토론 등을 거쳐 2020년 8월 건식 저장 시설 증설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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