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은을 잘 모르면서 맹목적 비방을 한다”며 끝까지 윤석열 정부와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을 두고는 “(부울경이) 한국 경제의 싱크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 5년간 (산은이) 한 일이 없다, 세 개로 쪼개야 한다는 등 도를 넘는 무책임한 정치적 비방이 나오고 있다”며 “산은을 활용해야 할 신(新)정부에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인 동시에 산은 조직과 3300명 산은 직원·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산은이 추진해 온 구조 조정에 성과가 없고 오히려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냈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불쾌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회장은 구조 조정 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취임 당시 10∼15개였던 부실기업 가운데 금호타이어·한국GM·대우건설·두산중공업 등 11개의 구조 조정을 완료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KDB생명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의 문제로 책임을 돌렸다. 이 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조선업을 빅2로 개편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있었던 걸로 안다”며 “산은·수출입은행의 자금이 들어가는 미봉책으로 끝났는데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조건으로 합병을 추진했으면 유럽연합(EU) 문제 없이 (합병이) 쉽게 끝났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회장은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특수로 조선업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데 이는 잘못된 낙관론으로 자칫 몇 년 후 대규모 조선업 부실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재매각을 추진 중인 KDB생명에 대해서 이 회장은 생명보험을 잘 모르는 산은에 떠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의 지속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본질적 경쟁력이 매우 취약해 지속 가능성이 있는 사업성이 안 되면 자금 지원만으로 회생이 어렵다”며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에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혔다. 이 회장은 “논리적 토론 없이 주장만 되풀이되고 껍데기만 얘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지역 균형 발전은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한 것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2조~3조 원 규모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부울경 지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가장 특혜 받은 지역으로 그만큼 지원 받았으면 다른 지역 것을 뺏으려 하지 말고 부울경 스스로 자생해서 국가 경제와 다른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