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범 대구고검장은 3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자 “오늘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며 검찰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에 반발해 전국 고검장 6명이 집단으로 사표를 낸 이래 고검장 중 공식적인 사의를 표명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남긴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과 인권이 후퇴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역사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권 고검장은 “고위간부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부당한 입법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며 “누군가는 남아서 할 일이 있고 누군가는 떠남으로써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권력수사를 가로막고 범죄피해 구제는 힘들게 하는 입법에 변함이 없듯이 제 뜻에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수완박 입법을 두고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검찰 개혁은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함께 검수완박 입법에 맞섰던 동료 검사, 수사관들에게는 “이번에 검사장, 부장검사, 평검사, 수사관이 머리를 맞댔고 게시판에는 집단 지성의 힘이 넘쳤다”면서 “부디 이 에너지를 사장시키지 마시고 계속 정진해 달라”며 검찰에 남아 제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독석과 불통으로 얼룩진 이번 입법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매사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겠다”며 “역지사지하는 습관과 겸손한 마음가짐은 존경받는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이자 신뢰받는 조직에게 필수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익의 대표자로서, 준사법기관으로서, 객관의무 수행자로서 항상 자중자애하는 지혜를 당부드린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마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분노와 침통이 뒤섞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대검찰청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검찰구성원 3376명이 보내온 호소문을 정부합동민원센터를 통해 대통령비서실에 전달했다. 권 과장은 호소문에서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통령님의 취임사가 기억난다. 대통령님께서는 특권과 반칙없는 세상,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온 국민께 약속했다”며 “취임사 앞에, 그 순수한 약속과 다짐 앞에 당당했던 대통령으로 기억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