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사 198년 만에 최연소 총리로 올라서 성공 가도를 달렸던 데이비드 캐머런 시대의 마지막은 초라했다. 동유럽 등지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게 결정적 악수가 됐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15년 총선 과정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결국 자승자박에 빠져들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내가 옳다는 강한 신념, 타협 대신 ‘강 대 강’ 정면 승부를 즐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스타일이 언제든 캐머런 전 총리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윤 당선인 측은 이른바 ‘검수완박’을 막아낼 현실적 방안이 없다고 판단되자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이런 벼랑 끝 승부는 성공하면 고독하고 위대한 결단이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나라 전체를 더 큰 혼란으로 밀어넣게 된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불같은 리더십을 기반으로 과감한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저(低)임금, 실업률 상승 등에 대한 지적을 외면하다 이후 양극화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금수저’ 출신인 윤 당선인과 일반 국민 간 정서적 괴리감이 잘못된 판단을 이끄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머런 전 총리 역시 2015년 총선 기간 중 농가를 방문해 우유를 먹이는 등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다가 정원에서 핫도그를 점심으로 들면서 음식을 접시에 얹어놓고 나이프로 썰어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핫도그도 손으로 집어서 제대로 먹을 줄 모르냐”는 반(反)캐머런 정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른바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 인사에 둘러싸인 윤 당선인이 일반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개혁의 원동력도 상당 부분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