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위’ 김아림의 재발견…“저 원래 한 퍼트 해요”

김아림(27·SBI저축은행) 하면 장타지만 지난주 장타만큼 빛난 것은 퍼트였다. 퍼트로 우승 상금 2억 1600만 원을 품에 안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회 기간 만난 김아림은 퍼트 스트로크가 부드러워진 것 같다는 인사에 “저 원래 한 퍼트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난 1일 김아림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L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무서운 강풍을 뚫고 출전 선수 중 베스트 스코어 타이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의 가뿐한 우승.

KLPGA 투어에서 2018년부터 3년 연속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1위를 기록한 김아림은 이번 대회에서도 드라이버 샷 거리 3위(265.21야드)에 오르며 이름값을 했다. 300야드 넘는 샷을 심심찮게 뿜어 댔고 상황에 따라 페어웨이 우드를 드는 전략적인 접근도 돋보였다.

돌이켜보면 김아림 우승의 일등공신은 퍼트다. 대회 기간 그의 평균 퍼트 수는 29.50개. 주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올 시즌 평균 퍼트 수 30.14개로 103위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한국에서 퍼트 감을 제대로 찾은 것처럼 보인다. 대회 기간 3퍼트는 딱 한 번이었다. 마지막 날 퍼트 수가 나흘 중 가장 적은 28개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스윙에 질문이 많고 연구를 즐기기로 유명한 김아림은 퍼트에도 ‘진심’이다. 그는 “항상 새로운 퍼터나 좋은 퍼터가 나왔다고 하면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저한테 더 맞는 퍼터가 무엇일지 더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KLPGA 챔피언십 우승 퍼터도 바꾼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모델이다.





3일 캘러웨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아림은 지난해 LPGA 투어에서 톱 10에 오른 3개 대회와 올해 7개 대회(KLPGA 챔피언십 포함) 등 총 10개 대회에서 무려 네 종류의 퍼터를 사용했다.

지난 1월 게인브리지와 2월 LPGA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블레이드 타입(일자형) ‘트라이 핫 5K 더블 와이드’를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에는 모두 포크 모양의 말렛(반달형) 퍼터를 들었다. KLPGA 챔피언십에서도 포크형 말렛 퍼터인 ‘툴롱 라스베이거스’ 2022년 버전을 사용했다. 2020년 US 여자 오픈 우승 당시에 사용한 ‘오웍스 블랙’도 포크형 말렛 퍼터다.

대표 장타자 김아림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바로 퍼트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터치를 할 수 있을지 프로님들과 코치진들과 항상 연구하고 있다”며 “좋은 선수들이 하고 있는 드릴이나 좋은 연습 방법도 한 번씩 다 해보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달 뒤 총상금 1000만 달러가 걸린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이나 근접한 성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도 견고한 퍼트일 것이다. 김아림은 “이번 대회 코스(파인 니들스)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없기 때문에 가봐야 알 것 같다. 코스를 돌아본 다음에 매니지먼트를 할 것”이라며 “정말 잘 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