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피터 틸





2016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난 뒤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의 거취에 시선이 집중됐다.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던 만큼 새 정부에서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예상과 달리 “워싱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은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1967년 독일에서 태어난 틸은 한 살 때 엔지니어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스탠퍼드대와 대학원에서 각각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이어 뉴욕의 한 로펌에서 일했으나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7개월 만에 변호사 생활을 그만둔 틸은 1998년 맥스 레브친과 함께 세계 최초의 핀테크 업체인 페이팔을 창업했다. 이후 유사 서비스인 엑스닷컴을 인수하면서 일론 머스크를 경영진으로 맞이했다. 2002년 틸을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틸의 지분(3.7%) 매각 가치만 따져도 5500만 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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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은 2004년 빅데이터 업체인 팰런티어를 설립했고 이어 투자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페이스북·링크드인·테슬라모터스·에어비앤비·스페이스X 등 150곳이 넘는 정보기술(IT) 회사에 투자해 ‘실리콘밸리의 거물’로 불린다. 그를 비롯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페이팔 출신들을 일컬어 ‘페이팔 마피아’라고 한다. 틸은 경영 철학을 담은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을 통해 ‘창조적 독점’을 설파했다. ‘모두가 아는 일은 해 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는 메시지를 이 책에 담았다.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과정에 ‘페이팔 마피아’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틸의 존재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틸이 역설하는 ‘창조적 독점’을 배워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개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 민간의 창의와 역동성 속에서 성장을 일구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고 역발상을 용인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먼저다. 기업들이 맘껏 도전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가 가능하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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