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두근거리고 기대됐던 순간이 있다. 어떤 어른이든 순수한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기에. 영화 ‘코코(COCO)’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그 순수한 마음을 일깨워 준다.
‘코코’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말없이 사라져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코코 할머니의 아버지가 뮤지션이었다는 이유로, 미구엘의 집은 음악이 금지다. 하지만 미구엘의 꿈은 점점 커져가고 망자의 날 무대에 오를 계획을 세운다. 기타가 필요했던 미구엘은 기념관에 전시된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작품의 배경은 멕시코 고유의 명절인 ‘망자의 날’이다. 멕시코에서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흘간 ‘망자의 날’이 진행된다. 특히 마지막 날은 국가 공휴일일 정도로 중요한 날이다. 죽은 조상을 의미하는 해골 인형이나 주황색 멕시코 국화 꽃잎으로 집안을 장식하는 것이 전통이다. ‘코코’에서 그린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도 유령들은 모두 해골 모양이고, 주황색 국화 꽃잎으로 가득하다.
‘코코’는 이렇게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편안하게 풀어냈다. 사후세계인 죽은 자들의 세상은 어둡고 무서운 곳이 아니다. 오히려 놀이동산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형형색색이다. 또 다른 삶이 이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생전 유명했던 가수는 이곳에서도 공연을 하며 인기를 누린다. 저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작품의 핵심 메시지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가족의 사랑이다. 이승과 저승 모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중요하다. 그 울타리는 ‘기억’으로 연결돼 있다. ‘코코’가 그린 가족은 늘 함께하는 존재다. 고조할머니까지 함께 사는 미구엘만 봐도 멕시코는 대가족 중심 사회다. 가족을 중심으로 가업을 이어나가며 운명공동체로 살아간다. 죽어서도 가족들과 함께이다. 망자의 날은 죽은 가족을 기리는 날인데, ‘코코’에서는 제단에 사진을 올려야 죽은 자들이 가족들을 만나러 갈 수 있다고 설정됐다. 즉 제단에 사진 올리지 않을 정도로 잊힌 사람은 가족들을 만날 수 없고 사후세계에서도 사라지게 된다.
‘코코’가 전하는 감동은 음악으로 배가된다. 픽사 최초 뮤지컬 작품이라고 불리는 ‘코코’는 뮤지션이 꿈인 미구엘을 통해 종종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음악이 주는 울림과 추억의 힘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눈물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 노래는 미구엘이 코코 할머니에게 불러주는 ‘리멤버 미(Remember Me)’다. 차근차근 서사를 쌓아오다 기억을 일깨워주며 많은 이들의 가슴에 박히게 만든다. 개봉 당시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처럼 ‘코코’는 어른도 아이도 반하게 만드는 창의성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단순한 판타지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철학적 메시지가 담겼다. 아이들에게는 동화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른들에게는 작품이 그린 사후세계를 보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 많다.
◆ 시식평 - 아이도 어른도 행복해야 할 어린이날,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영화로 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