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酒테크에, ‘퀵턴’족에, 직구까지…“심상치 않은” 위스키 가격

글로벌 공급 악재로 도매가 7~9% 인상

국내 수요 늘면서 프리미엄 2~3배까지

"관세·주세 170% 내면서 해외직구도"

29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위스키 코너에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5월 가정의달을 앞두고 외식·식자재·여가시설 등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크게 인상돼 경제적 부담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집계돼 2013년 4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29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위스키 코너에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5월 가정의달을 앞두고 외식·식자재·여가시설 등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크게 인상돼 경제적 부담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집계돼 2013년 4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




글로벌 원자재 값 가격 상승의 영향이 고급 양주인 위스키에도 옮겨지고 있다. 공급 원가 상승에 더해 MZ 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위스키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酒)테크’족,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3시간 만에 위스키만 사고 되돌아오는 ‘퀵턴’족까지 생길 정도다.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위스키 도매가는 글렌피딕 12년 7.5%, 몽키 숄더 9.4%로 일괄 상승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 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1~2년 간 계속된 물류비, 노무비 등 원가 상승으로 단가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위스키의 원재료인 보리 가격은 기후 변화에 더해 세계 보리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 2월 이후 33%나 뛰었다. 한 주류 수입업자는 “위스키는 발효와 증류에 시간이 걸려 공급이 한정돼있는데 코로나19 기간 글로벌 수요도 함께 늘면서 세계적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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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 악재에 국내 위스키 수요도 덩달아 늘면서 소비자들이 접하는 소매가는 이보다 훨씬 크게 웃돌게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1억 7534만 달러(약 2115억 원)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작은 대형마트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물량이 입고될 때마다 ‘오픈런’으로 품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류상가나 암시장 등지에서 형성되는 소매가는 부르는 게 값이다. 위스키 애호가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3월 7만 9000원 하던 러셀 리저브가 올해 2월에는 8만 9000원, 4월에는 14만 5000만 원까지 올랐다”는 푸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마지막 남은 1병 득템했다”, “오늘 ○○마트에 물량 풀렸다” 등 재고 관련 글이 인기다.

특히 MZ 세대 위주로 ‘홈술족’이 느는 등 수요가 급증하면서 애호가들이 즐겨 찾던 고급 품목은 프리미엄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모양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은 2009년 출간됐지만 최근 베스트셀러 10위권 대에 들기도 했다. 가수 송민호 씨가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소개한 글랜알라키의 경우 지난해 10~11만 원이던 시세가 최근 18~19만 원대로 올랐다. 스프링뱅크의 경우 14~15만 원대에서 48~50만 원대까지 가격이 뛰었다. 두 품목 모두 싱글몰트 위스키의 한 종류로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생산량도 적어 업계에서는 고급 품목으로 분류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급 품목의 프리미엄 희소성이 더욱 커지면서 酒테크족도 생길 정도다. 익명의 한 주류 판매업자는 “오랜 기간 보관해도 품질이 변하지 않는 위스키 특성상 술을 잘 몰라도 가격이 비싼 품목이면 ‘일단 사놓자’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위스키를 구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3시간 만에 찍고 돌아오는 ‘퀵턴’족도 생길 정도다. 위스키 가격이 해외보다 더 크게 불붙으면서 원가보다 비싼 세금을 지불하고서라도 해외 직구를 하는 소비자도 느는 모양새다. 주류상가 관계자는 “위스키는 관세를 포함한 세금이 170% 가까이 붙어 직구는 상상도 못했는데 국내 가격이 너무 크게 올라 그래도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싱글몰트 등 국내 위스키 품귀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후 물가 상승이 계속된 데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유리병 등 부속품 생산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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