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백신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회복되면 일명 '슈퍼항체'가 생겨 백신을 맞지 않아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변이가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백신 접종을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19에 확진됐던 백신 미접종자는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아야 할까? 최근 국내 의료진들이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서울대병원은 6일 감염내과 박완범?최평균?강창경 교수팀과 서울의대 이창한 교수팀의 최신 연구를 근거로 "코로나19 확진 18개월 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1회 접종만으로도 폭넓은 면역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여러 연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에게 mRNA 백신을 1회 투여한 후 폭넓은 면역반응이 보고됐으나,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1년 이상 지난 뒤 백신 접종을 받은 확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없었다. 이번 결과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1회 접종으로 최대 1년 6개월까지는 폭넓은 면역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 6개월 또는 18개월 후 mRNA 백신을 접종한 확진자 총 43명을 대상으로 면역반응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 여부에 따른 mRNA 백신 접종 시기 및 횟수에 따라 △무확진 백신 미접종군 △무확진 백신 1회 접종군 △무확진 백신 2회 접종군 △확진 6개월 후 백신 1회 접종군 △확진 18개월 후 백신 1회 접종군 △확진 6개월 후 백신 2회 접종군 △확진 18개월 후 백신 2회 접종군의 혈액을 채취해 면역반응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오미크론을 포함한 다양한 변이주에 대한 항체역가 및 세포매개 면역반응 평가가 이뤄졌다.
그 결과 코로나 확진 18개월 후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6개월 후 접종한 경우와 비슷한 수준의 높은 항체 면역반응이 형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확진 18개월 후 단 1회 백신 접종을 한 경우에도 오미크론을 포함한 다양한 변이주에 대한 폭넓은 항체 면역반응이 관찰됐다. 특히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항체 반응뿐 아니라 감염된 세포 안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관여하는 세포매개 면역반응도 높게 측정됐다.
그에 비해 두 번째 추가 백신 접종은 면역반응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백신을 2회 접종하더라도 면역반응의 향상이 뚜렷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확진 후 백신 접종은 mRNA 백신 한차례로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1회라도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조언이다. 박완범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후 부작용에 대한 걱정 등 여러 사유로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가 여전히 많다”며 “설사 코로나19 감염 후 1년 6개월이 지났더라도 1회 mRNA 백신 접종으로 여러 변이주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므로 감염된 기간에 관계없이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BMC Medicine’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