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라기엔 부족한 점이 많은 웹툰입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와 아무 말이나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작품을 생활로 가져오는 것. 그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영화 비평은 어렵다. 미장센·피카레스크 같은 용어들부터 그렇다. ‘기생충’이 화제였을 때 한 평론가의 한줄평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 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라는 평이었는데, 일반 대중에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논란이 생긴 것이다.
영화 비평은 접근 장벽이 매우 높지만, 영화를 즐기는 대중들은 무수히 많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영화도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어지기 마련이다. 비평과 대중의 접점을 찾아낸 영화 리뷰 웹툰 ‘부기영화’는 대중의 비평 입문 역할을 하고 있다.
6일 서면 인터뷰로 만난 글작가 급소가격과 그림작가 여빛은 “영화 평론가들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지만, 비평에 입문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며 부기영화를 소개했다. 여빛은 “비평을 하면서 가르치는 묘사를 하고 싶지 않았고, 독자들의 눈높이와 같은 곳에서 이야기를 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며 “거부감 없는 디자인과 행동을 그리기 위해 신경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웹툰의 매니아들은 팬클럽까지 만들었다. 두 곳의 연재처가 없어지며 위기를 겪었지만 작품의 인기에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리뷰의 영역은 영화의 장르나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 한국 영화의 부상에 대해 “원래 가지고 있던 장점이 이제서야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며 “한국 영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판적이고 자국 문화에 엄중한 관객들에게 길러져 왔고, 제작자들은 가장 혹독한 경쟁을 견뎌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유행에 민감해 콘텐츠의 주류가 끝없이 변화하고 중복을 피하기 위한 변주가 다채롭다”며 “한국의 업계는 성난 바다의 너울처럼 끝없이 격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 영화계의 감독들이 사회 문제를 피하지 않고 파고들려는 집념의 소유자들로, 한국 영화계는 가장 사회 반영 농도가 높은 업계라고 평했다.
부기영화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숨기지 않는 편이다. 인도네시아의 1965년 쿠테타 당시 학살자들의 현재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액트 오브 킬링’ 리뷰에서는 “이 영화를 관람하지 마십시오. 이 영화를 목격하십시오”라는 강렬한 평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C)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메시지 자체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영화에 잘 녹여냈는가의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작가들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지 강연을 보려 하지 않는다”며 “몰입을 깨지 않는다면 PC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언더독 주인공과 평등·소수자 보호의 메시지를 담아 세상의 부조리를 깨는 플롯이 모두 PC로 묶이는 것에도 불만을 표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대세가 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는 레거시 영화를 누르고 대세가 되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OTT 영화 최초로 ‘코다’가 작품상을 받았는데, 부기영화의 자체 시상식 ‘부기데미’에서는 이미 2019년 시상식 때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이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급소가격 작가는 “현 세대 영화인들은 OTT 영화에 임할 때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극장 산업은 장기적으로 하향할 산업”이라며 “지금은 OTT 영화와 레거시 영화에 큰 차이가 없지만, 누군가가 OTT 영화의 특징을 만들어 내면 그 때는 새로운 영화의 시대가 열릴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미술·사진·음악·문학·게임, 사회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들이 모두 작품에 녹아 있다. 그런 영화를 다룬 웹툰인 부기영화 속에도 각종 패러디·서브컬처·밈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급소가격 작가는 “영화를 더 잘 즐기고 싶다면 평론과 리뷰를 멀리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하면서도 “영화는 피부 같아서 모든 예술들을 다 익혀 보면 그대로 감상으로 출력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빛 작가도 “아는 만큼 즐길거리가 많아진다”며 “우리 웹툰은 항상 독자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은 댓글을 쓰면 친절한 애독자들이 답변을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