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투성이다. 가수 이주혁은 JTBC ‘싱어게인2’를 만난 뒤부터 스스로 만든 틀에 갇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직접 곡을 작업하고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 틀을 벗어나니 더 무궁무진한 것들이 있다. 솔로 가수로 첫 발을 내딛는 이 순간 한 뼘 더 성장했다.
이주혁은 9일 오후 6시 솔로곡 ‘세탁소에서 만나요’를 발표한다. ‘싱어게인2’ 5위에 오른 뒤 처음으로 발표하는 곡이다. 톱6 중 솔로곡을 발표하는 첫 주자이기도 하다.
“잘 맞는 곡을 제일 먼저 만나 처음으로 나오게 됐어요. 첫 주자로 나오는 것이다 보니 부담감이 있어요. 스타트를 잘 끊어줘야 다른 분들도 잘할 수 있잖아요. 제가 잘 돼야 다른 분들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웃음)
‘세탁소에서 만나요’는 따스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는 봄, 여름을 겨냥한 곡이다. 힘들었던 기억을 다 지워낼 수 있는 세탁소에서 만나자는 힐링송으로, 밝은 분위기로 가득하다. “음악은 힘이 있다”는 것이 모토인 이주혁에게 딱 알맞은 곡이다.
“음악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 가장 중요한 게 힐링, 치유를 할 수 있는 힘이죠. 제가 주로 팬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도 ‘힘든 일이 있었는데 주혁 씨 목소리를 듣고, 가사를 보고 한참을 울었어요. 치유받았어요’라는 말이거든요. 그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 가장 보람차더라고요. 그래서 대국민 힐링곡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세탁소에서 만나요’의 가사는 꽤 직설적이다. 그런 부분이 이주혁의 마음을 흔들었다. 읊조리듯 써 내려가는 그의 스타일과는 정반대다. 그는 자신의 곡과는 다른 방법으로 치유되는 가사를 신선하게 느꼈다. 그동안 자신만의 바운더리에 갇혀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가사는 ‘히트곡 제조기’ 오성훈과 그룹 다이아 기희현이 썼다. 외부 곡에 참여한 기희현이 눈에 띈다. 이주혁도 그 사실을 몰랐다고. 그는 “녹음실에서 처음 뵀는데 긴가민가 했다. ‘내가 프로듀스 101 때 본 분이 맞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맞더라”라며 “작사 실력까지 갖췄다는 게 놀라웠다. 나와 표현 방식이 다르지만 부르기 편했고, 대중적인 가사 같지만 고민을 많이 한 게 느껴졌다”고 감탄했다.
‘세탁소에서 만나요’는 설렘 가득한 첫 소절만 들어도 봄 내음이 가득하다. 핑크빛으로 가득한 뮤직비디오는 마음을 간질거리게 만든다. 봄이면 생각나는 노래인 ‘봄 연금송’을 노려볼 만하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주혁은 “우리 집 주변에 코인 세탁소가 엄청 많다. 나도 이용을 많이 하는데 그런 세탁소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며 ‘세탁소 BGM’이라는 재치 있는 타이틀을 제안했다.
이주혁에게 이 곡은 솔로 데뷔곡이다. 밴드 기프트의 보컬로 활동한 그는 혼자 곡을 쓰고 홀로 프로듀싱하는 것이 익숙했다. 다른 작곡가의 곡을 받는 것이 새로운 도전일 정도다. 처음 내는 솔로 앨범인 만큼 새롭게 외부 곡을 받아보고 싶었다.
“본인이 프로듀싱하는 사람들은 고집이 있기 때문에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여러 곡을 받아서 들어보는데 신선하더라고요. 사실 ‘세탁소에서 만나요’를 처음에 들었을 때 ‘이거 하고 싶다’는 아니었어요. 딱 한 번 듣고 집에 가서 씻으려고 하는데 생각이 났어요. 저도 모르게 흥얼거렸죠. 특히 후렴 부분이 정말 키치 하고 중독적이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런 곡은 내가 쓰려고 해도 못쓰겠다’는 생각이었죠.”
곡을 녹음하기 전까지도 ‘이게 내 옷이 맞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불러보니 잘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직접 쓰는 곡은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새로운 스타일을 찾은 것 같았다. 스펙트럼이 한 단계 더 넓어진 순간이다.
“음원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도 듣고 나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노래이고, 메시지도 정말 좋으니까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하거든요. 차트에 들어가는 건 상상도 못해봤지만 톱100안에만 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혼자 무대에 서는 것도 색다르다. 밴드 보컬로서 마이크를 잡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다. ‘싱어게인2’에 출연했을 때도 멤버들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졌다. 그동안 많은 경연 프로그램에 나갔지만 혼자 나간 건 ‘싱어게인2’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힘들었지만 경연을 거치면서 혼자 무대를 채워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이 모든 걸 체득하고 밴드로 돌아가면 더 시너지가 날 것 같다는 마음가짐이다.
“앞으로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세탁소에서 만나요’가 굉장히 신나는 곡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신나는 곡 라이브를 많이 안 해봤어요. 요즘은 콘텐츠 촬영 등을 하면서 많이 해보고 있는데 큰 도전이에요. 어색한데 재밌어요. 좋은 곡을 받았으니까 누가 되지 않게 걸맞은 퍼포먼스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부담감보다는 재밌어요. 댄스곡이요? 그건 절대 안 돼요. 보러 오시는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끔찍한 수준이거든요.”(웃음)[인터뷰②]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