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취임식이 열린 국회 잔디밭을 가로지른 윤석열 대통령은 단상에 오르기 직전 어린이·청년·노인 등 낯선 이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이후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온 국민희망대표 20인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국민에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평소 생각과 ‘국민의 꿈’이라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철학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국민희망대표 20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사는 배우 오영수(77) 씨다. 오 씨는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올해 1월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까지 받는 쾌거를 올렸다. 윤 정부가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이라는 국정과제를 내세운 만큼 한류 문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오 씨가 국민희망대표로 초정된 것이다. 이날 김 여사는 오 씨를 만나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 지역에서 개인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을 기부한 ‘키다리 아저씨’ 박무근(73) 씨도 국민희망대표 20인 중 한 사람이다. 박 씨는 2012년부터 매년 겨울 조용히 익명으로 기부 활동을 하면서 10억 3500만 원을 기탁했고 부인이 기부한 금액까지 합치면 20억 원이 넘는다. 그동안 얼굴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기부 활동을 펼쳤으나 이날 취임식에서 1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편 김석태 씨와 자녀 5남 8녀를 낳아 기르고 있는 엄계숙(58) 씨 역시 국민희망대표 자격을 받았다. 첫째와 막내 나이 차이만 20살이 난다는 목사 부부는 시간 대부분을 출산과 자녀 양육으로 보냈지만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사상 초유의 저출산 위기 속에서 13남매를 낳은 엄 씨를 국민희망대표로 선정한 윤 정부는 부모의 양육 부담 완화, 촘촘한 아동 돌봄 체계 마련 등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 프로 바둑 기사인 신진서(22) 9단 역시 국민희망대표로 꼽혔다.
이외에도 장애를 극복하고 피트니스 선수로 재기에 성공한 김나윤(29) 선수, 청각장애 아동 이식 수술을 후원하는 음악 밴드 리더인 김형규(47) 씨, 캄보디아 결혼 이민자로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님을 봉양하는 박채은(35) 씨, ‘방호복 화투’로 코로나19 시국에 감동을 선사한 송주연(47) 간호사 등 우리 사회에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 선정돼 윤 대통령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이번 취임식을 기획한 이도훈 총감독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당초 기획 단계에서 전문 공연진이나 연예인을 나오게 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이 기획을 바꿨다”며 “(이번 취임식은) ‘국민의 주권이 제대로 선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