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왼쪽·오른쪽 구별에 우주 원리 담겨있다[책꽂이]

■왼손잡이 우주

최강신 지음, 동아시아 펴냄






우리는 누구나 쉽게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한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왼쪽과 오른쪽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물리학자들은 1956년까지도 왼쪽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왼쪽 오른쪽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현대 물리학이 필요한 영역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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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려면, 우리는 자연히 현대 물리학에 대해 공부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론물리학자인 저자가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기 위해서 다양한 물리적 개념과 이론들을 설명하는 책이다. 구별을 위해서는 전기와 자기·우주의 네 가지 힘인 강력·약력·전자기력·중력과 대칭과 비대칭성·차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대칭성과 비대칭성은 자연 법칙의 가장 근본이 되는 원리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시간 이동 대칭으로부터 유도되고, 운동량 보존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각각 공간 이동 대칭과 회전 대칭에서부터 유도된다. 반면, 양자역학에서 대칭이 깨지는 것은 우주의 질량과 기원을 이해하는 핵심 수단이 되기도 한다.

왼손과 오른손이 닮았다는 것은 결국 대칭을 이해한다는 것이고, 또 그 둘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은 비대칭성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물리학자들은 대칭에 집착해 왔다. 왼쪽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모두 오른쪽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것이 깨진 것이 1956년이다. 중성미자가 오직 왼쪽으로만 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우주가 사실 비대칭적이고, 균형이 무너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울리는 “신이 왼손잡이라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구별이 어렵다는 사실은, 결국 전기의 +와 -극, 자석의 N극과 S극, 위와 아래 역시 쉽게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에서 나오는 개념들인 전자기의 오른손 법칙, 마흐의 충격, 전자와 양성자, 스핀, 벡터의 개념을 익히고 나서야 그런 개념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미시적인 개념들과 약한 상호작용들을 이해하고 나면, 우리는 그제서야 거시적인 구조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우주의 기원과 질량, 차원과 과거·미래, 시간 문제까지 논할 수 있게 된다. 우주의 근본적 원리인 양자역학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에게 단계별로 차근차근 알려주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1만 6000원.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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