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암호화폐 큰 손, 지금 현금화할 때”…“증시약세 지루하게 이어질 것”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2일(현지 시간) 월가에서는 PPI와 암호화폐 폭락이 이슈였다. 로이터연합뉴스12일(현지 시간) 월가에서는 PPI와 암호화폐 폭락이 이슈였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을 뛰어넘은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한때 개당 2만6000달러가 무너졌다는 소식에도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13%, 0.33% 밀린 반면 나스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소폭(0.059%) 올랐는데요.



이날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의 붕괴가 이슈였습니다. 루나와 테라의 폭락이 비트코인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다시 기술주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연출됐는데요.

최종적으로 나스닥은 소폭 올랐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중간중간에 베어마켓 랠리가 있을 수는 있어도 이 같은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물론,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적지 않죠. 오늘은 PPI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PPI, 전년 대비 예상치 또 넘었다…2024년까지 경기침체 우려 80% 분석도


이날 나온 4월 PPI는 전월 대비 0.5%, 1년 전과 비교하면 11% 뛰었습니다. 전월 대비 수치는 예상과 들어맞았는데 문제는 전년 대비였는데요. 월가에서는 10.7%를 예측했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죠.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4%, 1년 전과 비교하면 8.8%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생산자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올랐고 이는 인플레이션 지속의 신호”라고 봤는데요.

높은 PPI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째는 기업의 마진을 줄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것이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건데요. 기업이 최대한 끌어안더라도 마진이 줄어 실적이 나빠지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전가돼 소비자물가가 높아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다나 피터슨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PPI의 핵심은 1년 전과 비교해 물가가 높다는 것이고 파이프라인이 엄청난 물가 압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내부 조사에 따르면 이것은 확실히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했지요.

문제는 PPI와 CPI가 계속해서 더 오를 요인이 많다는 점입니다. 당장 이날 미국의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AAA에 따르면 이날 미 전역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41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미국의 휘발유값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의 OPEC 옥죄기는 성공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미국의 휘발유값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의 OPEC 옥죄기는 성공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가스버디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난 달보다 갤런당 32센트를 더 지불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4달러를 넘은 뒤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41달러나 뛰었다고 하네요. 디젤 가격도 평균 5.557달러로 최고치입니다.

미국이 오펙(OPEC)의 석유생산 및 수출 담합을 제재해는 노펙(NOPEC) 법안을 추진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탈리아와 수입국을 대변하는 담합기구를 만드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지만 효용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사우디와 UAE 외에 증산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수입 카르텔을 만들어봐야 의미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노펙 법안 시 유가가 300% 뛸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죠.

고물가 지속에 이날도 경기침체 우려가 이어졌는데요. 울프리서치의 빌 카르카쉬 애널리스트는 “2024년까지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다”며 신용카드사의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주가 목표치를 213달러에서 146달러, 캐피털 원은 131달러에서 86달러로 내렸는데요. 경기둔화 시 카드연체가 급격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는 경기를 보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와 별도로 전 세계 경기를 보는 지표로 쓰이는 구리 가격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톤당 9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수요 둔화 우려에 구리가 90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며 “구리의 경우 공급 우려에서 소비 위축으로 초점이 변하면서 3월에 세운 사상 최고치에서 15% 하락했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 서방 중화기로 무장해 돈바스서 결전 임박…러, “핀란드 NATO 가입 시 보복”


이번엔 공급망 문제의 핵심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살펴볼텐데요. 러시아의 단기 승리 목표가 좌절되고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무기로 무장하면서 전쟁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미 정보당국은 현 상황을 교착상태라고 보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서방의 무기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서의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동부 우크라이나에서의 길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임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인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그동안 전해드렸듯 우크라이나 사태가 쉽게, 그리고 짧은 시간 내 끝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말했듯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출구전략을 세우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요.



중요한 것은 핀란드와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눈 앞에 다가왔다는 점입니다. 두 나라는 냉전 때도 중립을 유지하면서 옛 소련과 나토 사이에서 따로 빠져나와 있었는데요. 핀란드의 경우 대통령과 총리가 “나토 가입은 핀란드의 안보를 강화시킬 것이다. 이 결정이 내려지기 위한 조치가 며칠 내 신속히 이뤄지기 바란다”는 공동성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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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에너지, 식품가격 대란과 인플레이션, 공급망 문제의 장기화를 의미한다. 연합뉴스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에너지, 식품가격 대란과 인플레이션, 공급망 문제의 장기화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실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입장에서 큰 부담입니다. 핀란드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쓰고 있고 잘 훈련돼 있으며 서유럽 최대규모의 포병부대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핀란드가 나토에 들어오게 되면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와의 육지 경계선이 약 2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스웨덴은 발트해에서 러시아 해군을 견제하게 될텐데요.

육지 국경선이 2배가 된다는 것은 지금의 방어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단순 계산으로 무기와 병력을 2배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방어력이 최대 절반까지 감소할 수 있겠죠.

문제는 러시아의 반응입니다. 러시아는 이날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로 하여금 보복 조치를 하게 만든다”며 “국가안보 위협을 막기 위해 군사기술적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의 보복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는데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핀란드는 러시아로부터 13일(현지 시간)에 가스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가스는 시작일 것이고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다른 성격의 보복과 서방의 추가 제재를 불러올 수 있는데요. 에너지와 식품, 공급망 전반이 계속 흔들리면서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댄 바클레이 BMO 캐피털 마켓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이후의 공급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인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리인상도 물가급등을 막지 못할 수 있다”며 “수요가 아닌 공급문제다. 우리는 매우 깊은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성이 아닌 감정이 지배하는 시장”…“올해 말쯤이 좋은 매수기회 될 것” 분석도


‘3분 월스트리트’에서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나스닥의 관계에 대해 한번 설명드린 적 있습니다. 암호화폐 등락에 나스닥이 뒤따라 움직인다는 건데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보통 기술주에도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었습니다.

이날도 비슷한 얘기가 다시 나왔는데요. 루나와 테라 폭락에 비트코인마저 흔들리면서 나스닥도 이날 한때 2%가량 하락했었는데요. 막판에 회복했지만 이날 대부분 마이너스를 보였었습니다.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설립 파트너는 현재 시장에서 암호화폐가 몸통이고 시장이 꼬리라고 했는데요. 그는 “암호화폐 큰 손과 얘기했는데 그들은 지금이 현금화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들은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주식도 팔고 있다. 이들은 출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비우스는 또 “증시는 더 내려갈 것이다. 많은 이들이 희망을 포기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싼 물건(주식)을 사기에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 한동안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 한동안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모비우스의 매수시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실제 시장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언제 사면 될까?"인데요. 물론 답은 천차만별입니다.

이날 게임스톱 같은 일부 주식은 크게 올랐다는 질문에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앤드류 슬림몬은 “나는 아직 저가매수가 죽지 않았다고 본다”며 “주식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는데요.

팰리세이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댄 베루는 “지금은 유동성에 의해 V자 반등을 보였던 2020년과는 다르다. 이것은 더 길고 지루한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과매도 상황이고 단기적으로는 일정 시점에서 5~8% 정도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재러드 우다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리서치 인베스트먼트 커미티 헤드는 “개인적으로는 올해 말이 더 좋은 매수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는데요.

종합해보면 좋은 종목을 잘 골라낼 수 있다면 지금 해도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듯합니다. 시장에 도움이 될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세리티 파트너스의 짐 레벤탈은 “지금 시장은 이성적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조심 모드’는 한동안 더 가져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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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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