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지목돼 온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던 중 주요 피고인들이 ‘음질이 조악해 내용 파악이 어렵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공판을 열어 녹음파일 증거조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진술 내용이 변호인 입장에서는 거의 99% 이상 안 들리는 상황”이라면서 음질에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어폰으로 들으면 잘 들린다고 주장하지만 어떻게 보면 현재로선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녹음된 대화 내용이 식별 가능할 수준으로 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조서에도 기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오늘 처음 재생한 파일의 경우 재판부도 거의 내용을 알아듣기 힘들다”라면서 “(녹취록은) 녹음파일의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고 독자적으로는 의미 없다는 것은 재판부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재생한 녹음파일의 경우 총 녹음 시간이 1시간 20분가량인 데 반해 전체 내용 중 식별 가능한 내용만 녹취록에 기재하다 보니 기록된 것은 20페이지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김만배씨 측도 뇌물 공여 등을 논의했다는 문제의 대화 내용이 음질 문제로 인해 녹음파일만으로는 식별되지 않는 점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 2일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다섯 번째 공판을 열어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고 있다.
이 파일들은 정 회계사가 2012∼2014년과 2019∼2020년 김씨, 정 회계사, 남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이들 일당이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