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숙원사업 '상고심사제' 다시 꺼낸 대법원

"업무과중 해결·재판 질 향상"

대법관 증원방안 등 내놨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다되고

여론· 법개정 등 넘을 산 많아







대법원이 심리 사건 사전 심사와 대법원 증원 등 숙원 사업인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재차 꺼내 들었다. 매년 수만 건에 달하는 사건으로 생기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재판의 질도 한층 높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법률 개정 등 국회 문턱도 넘어야 해 상고제도 개선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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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11일 김 대법원장 주재로 제20차 사법행정자문회의(임시회의)를 열고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의결 내용 중 하나는 상고 사건 가운데 대법원에서 심리할 사건을 선별하는 상고심사제도의 도입이다. 헌법이 정한 최고 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과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숫자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대법원의 심리가 필요한 사건을 선별하기 위한 심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 ‘필요 최소한 수준’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상고심사제도 도입과 대법관 증원을 혼합한 방식이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게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가 내린 결론이다. 이외에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사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에 내고 있는 상고이유서를 원심 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상고제도 개선은 대법원의 오랜 과제다. 항소심(2심) 판결에 불복한 당사자들이 상고를 제기한 사건은 해마다 5만 건 안팎에 육박한다. 대법관 1명이 한해 4000건가량의 주심을 맡아야 해 신속한 심리나 중요 사건의 심층 연구·검토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상고제도 개선이 이뤄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상고제도 개선을 두고 찬반 여론이 엇갈릴 수 있는 데다 법률 개선이라는 후속 작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업무 과중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법원은 100%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결론을 내기까지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1990년까지 상고허가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받을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에 따라 폐지했다. 1994년 사건을 들여다보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제도를 도입했으나 대법원 업무 부담 감소 등 효과는 미미했다. 되레 패소한 당사자가 판결 이유를 알지 못해 불신만 높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 법원 설치안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4심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부딪혔다. 오히려 추진 과정에서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논의 자체가 가로막혔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사에서 ‘우리 실정에 알맞은 상고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특히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국민·전문가 인식 조사를 반영해 △상고심사제 방안 △고등법원 상고부와 상고심사제를 혼합하는 방안 △대법원 이원적 구성(대법관 증원 포함) 방안을 정리한 바 있다.


안현덕 기자·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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