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넘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명품 수요가 늘어난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션 시장의 경우 이른 시일 내 포화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라이프스타일 상품은 초고가인만큼 고객 로열티(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도 활용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은 올 초 이탈리아 하이엔드 스포츠 장비 브랜드 '테크노짐'과 협업한 홈트레이닝 용품을 내놨다. 디올 마크가 새겨진 러닝머신과 짐볼, 아령 등으로 구성된 세트 가격은 17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 디올 팝업스토어를 열고 홈트레이닝 용품을 선보였는데, 고가에도 불구 실제 판매가 이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세트는 물론 짐볼 단품이라도 구매하려는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용품도 명품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해당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려동물 용품 시장규모는 3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르메스는 오크나무로 만든 강아지 사료 그릇을 약 15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려견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바구니는 225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들어온 10여 점이 곧바로 소진됐다. 루이비통은 반려견 목줄을 60만 원대에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배우 송혜교의 반려견이 착용한 펜디 코트와 가방도 화제를 모았다. 두 제품의 가격은 380만 원이다.
티파니는 농구공을 한정 출시했다. 2019년 뉴욕 팝업스토어에서 첫 공개된 농구공은 티파니의 시그니처 컬러인 민트색이 특징이다. 일본 도쿄의 팝업스토어에서도 6만 9300엔(약 70만원)에 판매가 이뤄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도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티파니로부터 선물 받은 윌슨 농구공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프랑스 명품 벨루티도 의자와 소파, 테이블 등 가구에서부터 홈·오피스 용품로 영역을 확대했다. 벨루티는 △구두 △가방 △지갑 등 가죽 제품들로 유명한 브랜드다. 가구는 취향에 따라 맞춤 주문이 가능하다. 이니셜과 타투 등을 추가해 나만의 리빙 제품도 만들 수 있다. 모든 제품은 주문 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현지 장인들이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명품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는 '구매 실적'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다. 에르메스 등 일부 명품 브랜드는 정해진 연간 구매액을 넘겨야 가방이나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일종의 '로열티 마케팅'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보복 소비로 명품 구매가 늘어난 만큼 더 상위 브랜드로 가기 위한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