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혼돈의 21세기와 호사(狐獅)겸비의 외교 리더십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국제질서 붕괴시키는 우크라 사태

국가 존립마저 위협하는 혼란 초래

새정부 '여우의 지혜·사자의 힘'으로

대내외 복합 위기 대응책 마련해야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21세기라는 신천지는 약속의 땅이 아닌 혼돈의 땅이요 시간대가 될 수 있다. 2022년 5월의 시점에서 볼 때는 무엇보다도 지난 2년여간 진행된 코로나19 사태와 올 2월 하순에 발생해 여전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렇게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미지의 새로운 요인에 의해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대응이 그동안 국제사회가 추구하고 축적해온 국가 간 협력으로 순조롭게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혼돈의 모습이었다. 반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대국의 리더가 지니는 욕망과 망상이 초래할 수 있는 혼돈의 측면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는 기존의 국제 질서를 붕괴시키며 국가의 존립에도 영향을 미칠 위험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서 이러한 위험성을 살펴볼 수 있다. 러시아의 경고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라는 미숙한 그의 결정이 우크라이나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갔다는 것인데, 이러한 견해는 무엇보다 근대국가의 형성 이후 국제사회의 기본 단위로 인정되는 주권국가의 존엄을 부정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신청이 서구의 동진을 의미한다는 변명이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서 보듯이 서구와 나토에 접근하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에는 국민적 지지가 있는 것이다. 즉,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도 주권국가로서의 행위인 것이고, 그렇기에 자국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 행위는 허용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한 묵과는 힘에 의한 국제정치, 즉 약육강식의 야수 세계로 돌아가는 혼돈을 초래하는 일이 될 것이다.

관련기사



또 이를 단순히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모하고 미숙한 정책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국가 경영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간과한 것이고, 그만큼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으로 비판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우리 한국의 근대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현재와 같은 발전상을 구가할 수 있게 만든 많은 요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자유인의 독립 주권국가라는 정신이 살아 있었고 그것을 투쟁의 고난 속에서도 이어준 선조들의 노력 덕분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이고 인정하는 바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평화를 지키지 못하고 전쟁을 야기시켰다는 측면을 제기하지만 그로서는 평화 이상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으로 예상외의 진전을 보이는 전쟁 양상이 그의 이러한 판단이 옳았고, 결코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정신 및 정체성이 중요하며 목표가 명확해야 전략도 효능을 발휘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권모술수론’으로 부당한 오해를 많이 받는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군주론’에서 군주에게 여우(狐)와 사자(獅)의 재능을 겸비할 것을 주문한다. 여우의 지혜만으로는 수많은 늑대들을 감당할 수 없고 사자의 힘과 용맹함만으로도 수많은 함정을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제언인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의 시대 상황이 작금의 동아시아 및 세계적 상황과 유사한 혼돈의 측면이 있었다는 점에서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무질서의 또 다른 이름인 혼돈의 시대에서 질서를 형성해나가고자 하는 현재의 우리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이 직면한 엄중한 외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 외에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증가, 중국의 부상 및 그에 따른 미중 갈등의 심화, 그리고 이러한 외교안보적 변수들이 미칠 경제적 파장 등과 같은 다양한 측면들이 즐비해 있다. 퍼펙트 스톰이 회자되는 순간이다. 그만큼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용맹함을 겸비함이 절실한 시대 상황인 것이다. 새 정부는 국가 진로 및 외교와 관련해 시대 상황의 엄중함을 알고 100년 정도의 장기적 안목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치우침 없이 제대로 파악하는 ‘호사’ 겸비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