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중대법 100일…“CEO, 안전 아닌 법률 전문가로 만들었다”

16일 국회 중대법 토론회 가보니

사망산재 사회적 관심 높였지만

준수 어려움·처벌 두려움 ‘여전’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시행 100일을 돌이켜보면 중대재해법이 최고경영자(CEO)의 안전 관심을 높이기 보다 법률 전문가로 만든 것 같습니다.”(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대재해법에서 지켜야 할 사안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 규칙이 이미 다 있습니다. 법은 모호하지 않습니다.”(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6일 국회에서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 토론회장. 중대재해법의 내로라하는 두 발제자의 ‘견해 차이’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리전을 연상하게 했다. 동시에 중대재해법은 시행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쟁 속에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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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장 논란”이라며 “형사처벌법을 예방법으로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장에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이 가능한 법이다. 중대재해법이 처벌법이냐, 예방법이냐는 제정 전부터 논란이었다. 권 교수는 중대재해법을 처벌법으로 보고 처벌로 산업재해를 줄이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법 조항의 모호성이 오해를 낳고 불신을 낳았다”며 “사업장의 대응, 다양한 업종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기업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영계의 우려와 일치하는 해석이다.

반면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처벌은 과도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예로 든 법은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의 처벌 조항이다. 이 법의 경우 위반 시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1년 이상인 중대재해법 보다 처벌 수위가 세다. 실제로 재판 이후 처벌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예단할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상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현장에서 사상(사고) 위험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중대법 법리상)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이 준수하기 어렵다는 경영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요약하면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투자를 해 인력을 배치하고, 안전교육을 점검하는 것”이라며 “이 의무가 (경영계 우려처럼) 추상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노동계의 중대재해법 견해와 맥락이 닿아있다.

참석자들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논란이 결과적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의 처벌이 부각된 탓에 기업이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서비스에 의존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의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노사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부딪혔다. 경영계를 대표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어느 국가도 안전관리 기본 원리를 ‘(안 지키면) 형사처벌하겠다’고 법제화한 곳은 없다”며 “산업 현장 특성에 맞게 자발적으로 (지키도록) 해야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경총은 기업이 중대재해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개정 의견을 내왔다. 반면 노동계를 대표한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법에서 모호하다고 지적되는) 경영책임자 부분을 개정하면 중대재해법 의미 자체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법 시행된지 100일이 지났다, 판례를 보고 개정이 필요한지 불합리한지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윤 정부에서 예고한 중대재해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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