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자유 노래한 40년 '다큐'로 "젊은 세대에게 영감 되길"

['아치의 노래, 정태춘' 개봉 앞둔 정태춘]

음반 사전심의 철폐 투쟁 등

대표곡 28곡과 함께 담아내

문화 발전엔 표현의 자유 필수

후배들에 "위축되지 말자" 당부

다큐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의 가수 정태춘(왼쪽)과 감독을 맡은 고영재 PD. 사진 제공=NEW다큐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의 가수 정태춘(왼쪽)과 감독을 맡은 고영재 PD. 사진 제공=NEW




음악인생 40년의 금자탑을 쌓은 포크 뮤지션 정태춘은 국내 대중음악 역사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지난 2019년 전국투어 콘서트 등 데뷔 4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오는 18일에는 그의 음악인생을 다룬 다큐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도 개봉한다. 하지만 40대 초반의 사람들에게도 그의 음악은 그저 포크 음유시인, 사전심의 폐지운동 등 과거의 기록에 남은 화석과 같다. 정태춘 본인도 음악시장에 환멸을 느끼고 창작활동을 접었던 상황, 젊은 층에게 그의 음악은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예술기획 봄 사무실에서 만난 정태춘은 “노래의 진지함과 상상력의 범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약간의 영감이 될 수 있을까 한다”고 말을 꺼냈다. 세대가 달라지면 음악이 달라지는 게 당연하지만, “음악은 내면의 서정성에서 정치적 상상력까지 모두 담을 수 있으니 위축되지 말자는 차원에서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의 한 장면. 2019년 파주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 앞서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NEW‘아치의 노래, 정태춘’의 한 장면. 2019년 파주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 앞서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NEW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영화는 콘서트의 주요 장면과 준비 과정을 중심으로 그가 1979년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이래 보여 온 입체적이고 다양한 음악적 면모를 꼼꼼하게 전한다. 1집부터 모든 앨범에서 적어도 한 곡씩 골랐더니 2시간이 안 되는 상영시간에 28곡이 빼곡히 들어찼다. 적합한 연출자를 물색했지만 적임자를 못 찾은 채 촬영을 시작해야 했고, ‘워낭소리’ 등 독립영화 프로듀서인 고영재 감독이 처음에 제작자로 참여했다가 연출까지 맡았다. 인터뷰에 함께한 고 감독은 “십수년 넘게 간간이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항상 거절당하다가 이번엔 (정태춘) 형님께 선택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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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의 한 장면. 최근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뮤지션이다. 사진 제공=NEW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의 한 장면. 최근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뮤지션이다. 사진 제공=NEW


정태춘 음악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을 내며 음반 사전심의 철폐를 끌어낸 투사로서의 면모일 것이다. 영화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정태춘 본인은 “과한 말씀”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이 싸움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면서 현재 K팝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첫 음반부터 심의당국과 실랑이가 괴로웠다고 돌아보며 “사전심의 속에 담긴 반인권, 권위주의를 내가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문화 발전에는 표현의 자유가 필수적”이라며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한한령’ 등을 겪으면서 정태춘을 떠올린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공연 중 한 중년 남성이 “정태춘씨, 음악 들으러 온 거지 이념 들으려고 온 게 아니예요”라고 외치며 공연장을 나가는 장면을 넣어, 그의 음악을 둘러싼 긴장감도 전한다. 정태춘은 “사회에서 내 노래, 활동을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 안다”며 “지지하고 감동 받았다는 사람과 불쾌하다는 분 사이에 내 노래가 있다”고 담담히 말한다.

정태춘을 상징하는 음반 사전심의 철폐 투쟁 당시의 모습. 그는 ‘아, 대한민국’ 앨범을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발매했다. 사진 제공=NEW정태춘을 상징하는 음반 사전심의 철폐 투쟁 당시의 모습. 그는 ‘아, 대한민국’ 앨범을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발매했다. 사진 제공=NEW


정태춘은 영화가 최종 완성된 올 2월 이후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4곡 정도 썼다는 그는 “영화 작업을 하고, 다른 음악인들의 가사를 보면서 자극을 받다가 노래를 다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별한 의미를 담으려 고민하지 말자, 그저 내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경쾌하게 풀어가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태춘의 음악은 다시 현재진행형이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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