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네이버-KAIST 공동인터뷰] 신사옥 1784 대문 활짝 열자 AI 인재 ‘문전성시’

■하정우 AI랩소장·주재걸 교수 인터뷰

지난해 5월 공동 연구센터 설립 후 1년

미술·영상 등 창작하는 초창의적 AI 협력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에서 서로 윈윈

세계 유수 학회서 발표 등 괄목할 성과

올해 네이버 신사옥 100명 규모 입주

같은 층 AI 스타트업도 들어서 시너지

왼쪽부터 주재걸 KAIST AI 대학원 교수와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 사진 제공=네이버왼쪽부터 주재걸 KAIST AI 대학원 교수와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 사진 제공=네이버




지난해 5월 말. 네이버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초창의적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세운다고 발표하자 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불과 몇 주 전인 5월 초 서울대와도 공동센터를 설립해 ‘초대규모 AI’를 연구한다고 발표했는데 그새 AI 분야의 또 다른 양대산맥인 KAIST까지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먼저 발표한 초대규모 AI는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반면 국내는 이제 막 관심이나 받던 정도였다. 그런데 네이버가 가장 먼저 치고 나간 데 더해 초창의적 AI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들고 나오며 다른 기업들도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8일 서울경제와 만난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은 “이미 글로벌 경쟁자들이 뛰고 나는 초대규모 AI에서는 잘해야 패스트팔로(빠른추격자)였다”며 “초창의적 AI에서만큼은 대부분 막 걸음마를 떼던 단계였기에 퍼스트무버(개척자)로 승부를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나 나라 간 싸움이 치열한 AI에서 회사 따로 대학 따로 놀면 망한다는 절박함이 컸다”며 “모두가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다는 위기감이 공동 연구센터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날 함께 만난 주재걸 KAIST AI 대학원 교수도 “대학 역시 이론에 치우치기 보다 기술을 실제 세상에 어떻게 적용·활용할 지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함께 협업하며 굉장히 훌륭한 아이디어들도 얻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와 KAIST의 초창의적 AI 연구센터는 하 소장과 주 교수가 공동센터장 격을 맡고 있다.

창작하는 AI, KAIST 만나 진화




초대규모 AI란 기존 AI 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AI다. 대표격인 미국 오픈AI에서 만든 ‘GPT-3’는 전작인 ‘GPT-2’ 보다 100배 이상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네이버의 초대규모 AI는 ‘하이퍼클로바’다. 초창의적 AI는 여기서 더 나아가 초대규모 AI를 기반으로 창작까지 해내는 AI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미술, 음악,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서는 오픈AI의 ‘달리(DALLE)-2’ 모델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네이버에서 선보인 ‘SytleMapGan’ 기술. 피사체에서 원하는 요소를 지정해 다른 피사체와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기술이다.네이버에서 선보인 ‘SytleMapGan’ 기술. 피사체에서 원하는 요소를 지정해 다른 피사체와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기술이다.


네이버는 초창의적 AI를 통해 창작자, SME(중소상공인)들을 위한 쉽고 유용한 툴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 1년 동안 그 기반을 다지기 위한 괄목할 성과들도 쏟아냈다. ▲눈, 코, 입 여러 부위를 자연스럽게 합성해 제3의 얼굴을 만드는 ‘StyleMapGAN’을 비롯해 ▲하나의 이미지로 다양한 변환을 주는 ‘StarGAN’ ▲웹툰 자동 채색 기능인 ‘AI페인터’ 등 콘텐츠 창작을 돕는 혁신적인 AI 기술들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StyleMapGAN은 지난해 컴퓨터비전 부문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CVPR 2021’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올 3월 엔비디아에서 선보인 NeRF 기술. 사진 단 4장만 가지고 AI가 추론을 해 360도 입체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영상 출처=엔비디아올 3월 엔비디아에서 선보인 NeRF 기술. 사진 단 4장만 가지고 AI가 추론을 해 360도 입체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영상 출처=엔비디아



그동안 네이버가 취약했던 새로운 분야에도 KAIST와 함께 도전하고 있다. ‘NeRF(Neural Radiance Field)’라는 이미지 추론 기술이다. 360도 꽉찬 풀(full) 3D 입체영상을 단 몇 장의 사진으로 도출해 내는 것이다. NeRF와 관련해서도 올 초 세계 최고 권위 머신러닝(ML) 학회 ‘ICLR 2022’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가상·증강현실(AR·VR)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NeRF는 쇼핑 마케팅이나 메타버스 실감 콘텐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 소장은 “KAIST 덕분에 전문성은 물론이고 기업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며 “훌륭한 교수와 학생들이 네이버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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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덕분에 학생지도 부담 확 줄어…연구역량에 집중”


주재걸 KAIST AI 대학원 교수. 사진 제공=네이버주재걸 KAIST AI 대학원 교수. 사진 제공=네이버


주 교수는 네이버와 공동 연구센터를 세운 이후 제반 여건이 크게 개선되며 양질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분야에 관심갖는 주니어 레벨의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막상 이를 받쳐줄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말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충분히 끌어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네이버 연구원들이 중간 허리 역할을 해주며 지식, 노하우 전달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네이버와 함께 일하기 전에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50~60%의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면 이제는 그 비중이 10~15%로 줄었다”며 “덕분에 보다 임팩트 있는 주제를 찾고 양질의 연구를 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고 했다.

KAIST AI 대학원생들도 네이버와 함께 연구하면서 얻는 만족도가 크다. 주 교수는 “교수든 학생이든 학교라는 조직에만 있다 보면 경직되고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라며 “그렇게 울타리 안에만 갇혀 발전에 뒤처지기 십상이다”고 했다. 주 교수는 “학생들이 바깥에 나와 네이버라는 회사에서 함께 연구·개발을 하고 나니 ‘세상이 정말 넓다’는 걸 체감하며 시야가 확 트였다”며 “학생들이 네이버와의 연구 과제에 서로 참여하려고 경쟁하며 줄을 서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 이같은 수요에 네이버 전문 연구원들이 KAIST에 파견돼 겸직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하 소장은 “과거 대학과 회사 간 협력은 한 쪽은 자금지원, 다른 한 쪽은 논문실적이라는 일방적인 성격이 강했다”며 “이제는 다함께 힘을 모아 생존을 고민하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층에 입주한 KAIST·스타트업…본격 시너지 기대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 사진 제공=네이버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 사진 제공=네이버


특히 올해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KAIST와의 초창의적 AI 연구센터가 둥지를 틀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층에 100명 가량 수용 가능한 연구 공간이 문을 연 것이다. 하 소장은 “같은 건물 한 공간에서 같이 일하는 만큼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지난 1년은 서로 다른 시스템을 맞춰가는 1차 적응기라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는 2차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그동안 연구센터가 외부에 있다 보니 기업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상당히 큰 제약이 있었는데 이제 더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해졌다”며 “네이버가 가진 양질의 방대한 데이터셋을 즉각즉각 활용해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라고 했다.

같은 층 바로 옆 140석 규모의 스타트업 전용 공간 ‘D2SF @분당’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큰 강점이다. 현재 총 8개 팀이 입주했는데 대부분 AI 기술 스타트업들이다. 하 소장은 “같은 건물에 가까이 있으면서 네이버, KAIST, 스타트업이 다같이 얘기를 나누고 자극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큰 시너지”라며 “모두가 한 데 머리를 맞대고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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