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9곳이 지방으로 갈 계획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통·물류 등 기반시설 부족, 인력 확보 어려움 등으로 지방 이전은 해외 진출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기업들의 생각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기업 1000곳 가운데 152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11∼27일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지방 사업장 신증설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89.4%는 지방 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미 지방으로 옮긴 기업은 7.9%였고 이전을 고려 중인 기업은 2.0%에 그쳤다.
지방으로 이전을 했거나 검토 중인 시설은 생산공장(43.8%), 본사(31.3%), 영업소(18.8%), 연구소(6.1%) 순이었다. 이전 이유는 사업 확대 용이(29.2%), 교통·물류 환경 등 입지가 좋아서(27.1%) 등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지방 이전을 꺼리는 요인을 시간·비용 증가 등 교통·물류 기반시설 부족(23.7%), 기존 직원 퇴사 등 인력 확보 어려움(21.1%), 규제(12.3%), 사업장 부지 확보 어려움(12.1%) 순으로 지목했다. 제조업의 경우는 사업장 부지 확보 어려움(13.5%), 규제(13.0%) 등도 높은 비율로 꼽았다. 서비스업은 숙소·병원·학교 등의 생활 기반시설 부족(12.8%)이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기업들은 지방 이전에 필요한 유인책으로 교통·물류 기반시설 지원(22.8%), 세제 혜택·설비투자 지원(14.5%), 규제·제도 개선(12.9%) 등을 꼽았다.
지방의 사업 환경이 해외보다 좋다는 의견은 35.5%에 불과했다. 57.9%가 지방과 해외와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지방이 해외보다 좋거나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교통·물류 인프라(29.7%), 세제 혜택·투자지원(21.0%), 숙소·병원·학교(11.1%) 등을 지방의 장점으로 택했다.
반면 지방이 해외보다 좋지 않다고 응답한 기업은 높은 인건비(38.4%), 시간·비용 등 교통 물류 상의 어려움(23.1%) 등을 단점으로 지목했다.
응답 기업의 55.3%는 이전하고 싶은 권역으로 대전·세종·충청을 선택했다. 부산·울산·경남(16.4%), 대구·경북(11.2%)이 뒤를 이었다. 경부선 라인이 지나는 곳이다. 실제로 이들 지역을 택한 기업들 60.5%는 그 이유로 ‘교통·물류 기반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교통·물류 인프라와 인력 문제가 지방 이전의 가장 큰 장애물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지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