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입니다.”
20년간의 금융인 생활을 접고 음악 칼럼니스트이자 무지크바움 대표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유형종 무지크바움 대표의 말이다.
유 대표는 모두가 재취업을 권할 때, 과감히 인생 2막의 삶을 선택했다. 그의 나이 45살 때 일이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음악칼럼니스트로서의 삶을 시작하기에 45살도 결코 이른 나이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유 대표는 은퇴 후 10년 간 음악칼럼니스트이자 강연자로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런 그가 인생 2막을 준비하려는 이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단 두 단어로 정리된다. 바로 ‘행복’과 ‘공부’다. 행복할 수 있을 찾되 그 일에 대한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나는 1961년생으로 지난해 환갑을 지냈다. 1987년 사회생활을 시작해 20년간 금융권에서 일하다 지금은 클래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 무지크바움에 들어선 순간 공연장에 온 기분이 들더라. 이곳에 대한 설명도 해달라.
“사회에서 만난 클래식 동호인들과 같이 무지크바움을 만들었다. 그렇게 함께 운영했는데, 그것도 몇 년이 지나니 쉽지 않더라. 2006년 퇴직 후 본격적으로 음악 관련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맡아서 운영하게 됐다. 그렇게 무지크바움의 전담 운영자가 됐다(웃음).”
- 무지크바움은 그야말로 음악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 같다. 이곳에서 요일마다 음악과 관련된 다른 강연이 열린다고.
“맞다. 거창한 강연은 아니다. 월요일 오전엔 ‘시네무지카’라고 해서 영화 감상 강좌를, 오후엔 ‘클라시쿠스’라는 기악 감상 강좌가 있다. 화요일에는 오페라를 주제로 한 강좌가 열리고, 수요일은 ‘그란디보치’라고 해서 오페라 감상 강좌가 있다. 금요일은 오전에 ‘후마니타스’라고 해서 클래식과 인문학의 교양강좌가 있다. 강연은 내가 주로 하고, 현재 동아일보에서 음악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유윤종)이 한 번씩 강연자로 강단에 서준다.”
- 목요일이 빠졌다. 오늘이 목요일인데, 어떤 수업이 있나.
“목요일에는 수업이 없다. 쉬어가는 날이다(웃음). 수업이 없는 목요일에는 대체로 글을 쓰거나 강연 준비를 한다.”
- 강연은 주로 어떤 분들이 들으러 오나.
“이 일을 시작하면서 비즈니스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강연을 딱히 공고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알음알음 찾아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 들어보니 이 일을 시작하면서 정한 가치관이 돈이 아니었던 듯한데, 맞나.
“맞다. 인생 1막엔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했었기 때문에 2막엔 행복하기 위해 이 일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이전 직업이 보람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웃음). 알다시피 취미가 일이 되면 즐거움이 사라진다. 내가 이일을 시작하면서 비즈니스를 뺀 이유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생 1막의 직업이 궁금해진다.
“금융권에서 일했지만, 금융인스럽지 않은 일을 했다(웃음). 1987년 대우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13년 반을 있었다. 2000년부턴 한국신용평가정보로 자리를 옮겨 6년 정도 일했다. 이곳에서 내가 한 일은 주로 기획과 재무였다.”
- 그럼 정년 퇴직한 건가.
“아니다. 2003년에 임원이 되면서 3년 후엔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란 것을 직감했다. 그게 이직일 수 있고, 새로운 일의 시작일 수도 있었다. 퇴직 당시 내 나이가 만45살이었기에, 주변에선 당연히 이직을 권했다. 그런데 나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 주변에서 이직을 권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퇴직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단순히 퇴직을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려 했기에, 45살도 늦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일을 해보니 그 생각이 맞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 그럼 2003년부터 퇴직 후에 대한 준비를 한건가.
“준비는 그 이전부터 시작했다. 원래 클래식을 좋아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일을 할 거란 생각이 있었다. 그랬기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 음악감상 서클 선후배 중에 음악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다. 월간 객석에서 기자로 일한 후배도 그중 한 명이다. 1995년에 이 후배가 클래식과 관련된 글을 써달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2017년까지 객석에 글을 썼다. 처음 시작은 발레였고, 다음은 오페라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했다. 이렇게 글을 썼던 게 은퇴 후 큰 도움이 됐다.”
- 대부분의 사람이 글을 쓰는 것에 두려움이 있더라. 기고를 시작할 때 어땠나.
“동생이 음악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데, 항상 부러움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과 발레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어 기뻤다. 물론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 기고 이외엔 인생 2막에 대한 다른 준비는 없었나.
“퇴직을 앞두고 2006년 10월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불멸의 목소리’라는 책을 냈다. 은퇴 후 책을 보고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지난해에는 신화와 관련된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신화와 클래식’을 출간했다.”
- 인생 2막에 음악칼럼니스트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글을 쓰고 책을 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물론 은퇴 후 바로 강의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년 정도의 과도기가 있었다. 1년이 지나자 월간 객석에 쓴 글을 보고 강의 제안이 들어오더니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마침 인문학 붐이 불면서 기업에서 직원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많이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세리(SERI) CEO를 통해 CEO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했는데, 그때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안해와 그곳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했다. 그때는 수입도 좋았다.”
- 인생 2막을 산 지 16년이 지났는데, 그 시간을 반으로 나눴을 때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의 두 번 째 삶은 55세 전과 후로 나뉜다. 55세까진 생각보다 많은 강의 제안으로 수입이 좋았다. 55세가 되니까 자연스레 강의 제안이 줄더라. 사회적으로 인문학 붐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이 분야에서 일하기엔 나이가 많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때부터 외부활동을 줄이고 무지크바움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모두가 재취업을 권할 때, 퇴직 후 이 길에 들어서길 잘했다고 항상 생각하는 이유다.”
- 만 45세에 이 길에 접어들었으니, 딱 10년간 전성기를 누렸는데 섭섭하지 않았나.
“어떤 일이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년이라도 전성기를 누렸으니, 젊은 사람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섭섭하진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일을 더 늦게 시작하지 않은 것을 그저 다행으로 여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뿐이다. 내겐 무지크바움이 있지 않은가.”
- 인생 2막을 시작해보니, 인생 1막에 이것만은 꼭 준비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내가 음악칼럼니스트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퇴하자마자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가게를 연다면 필패다. 그리고 가능하면 은퇴 후 하는 일에 있어 목표가 돈이 아닌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 인생 2막에 대한 또 다른 계획이 있나.
“일을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책을 쓰려고 한다. 지금 제일 쓰고 싶은 것은 ‘발레’와 관련된 책이다. 어느 정도 구상은 돼 있어 시작만 하면 되는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