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뉴턴, 가우스 등은 누구나 인정하듯 천재들이다. 그들의 업적은 인류 역사의 거대한 진보를 이끌었다. 다만 이들 천재들의 동력은 개인에만 찾아서는 안된다. 천재적인 지성이 이들 개인의 뇌에서 나왔을까. 실제 이들이 죽은 후 뇌의 일부를 연구자들이 실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뇌와 다른 점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지능’은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예를 들어 흰개미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집을 지을 수 있다. 까마귀는 도구를 사용해 먹이를 낚는다. 동물들은 각자 능력을 발휘해 주변의 도구를 사용한다. 인류가 최후의 승자가 되고 지구를 지배하며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신간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는 그 수수께끼의 열쇠는 ‘창조적 사고’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커다란’ 뇌‘보다 ’집단적 뇌‘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인다.
책은 인간의 창조적 사고가 어떻게 발전해왔고 석기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까지 인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통시대적으로 탐색한다. 저자는 동아프리카 케냐를 찾아 330만년 전의 인류가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었음을 증명한 로메크위의 구석기 유적지부터 둘러본다.
일부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고서야 창조적 사고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300만년전 케냐인이었던 ‘케난트로푸스 플라티옵스’의 집단의 뇌를 통해 첫 창조적 사고가 이뤄졌고, 이는 결국 현대까지의 인류 발전을 이끌어온 첫 힘이 됐다고 주장한다.
창조적 사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다. 이 또한 집단적 창조성이 빚어낸 발명품이었다. 도시마다 인쇄소가 생기면서 정보가 정확히 복제되며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물리적 장소나 거리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가운데 창조적 사고는 지구화했다.
인공지능(AI) 시대는 거꾸로 창조성의 위기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AI는 인간의 창조성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인간들이 창조성을 기계에 양보하는 것이다.
물론 희망은 있다. 저자는 지금껏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교류·협력과 더불어 무엇이든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삶의 자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집단적 뇌’를 활용한 ‘창조적 사고’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1만 68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