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지적하는 전문가의 발언이 전파를 타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영국 더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유명 군사 전문가인 미하일 호다료녹 전 대령은 전날 밤 친정부 매체인 로시야 1의 토크쇼 ‘60분’에 출연해 “러시아가 완전히 고립됐으며, 우크라이나 전황은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호다료녹 전 대령은 “솔직히 말하면 상황은 우리에게 안 좋아질 것”이라며 “사실상 세계가 우리의 반대편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만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려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부 러시아인들이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우크라이나군은 징집병이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하자,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은 동원 방식이 아니라 싸울 의지”라면서 전쟁터에서 승리하려면 군인들의 사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다료녹 전 대령은 러시아가 무력을 내세운 위협을 해서는 안 된다며 군사적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군사 정치적으로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핀란드를 향해 로켓을 흔들면 웃겨 보일 뿐”이라면서 “인정하기 싫지만 세상은 우리와 대치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가디언지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를 숨기고 있지만 결국 정보가 유출되면서 군인 가족들이 분노하고 있으며 전쟁 지지자들은 실망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83일째에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는 지금까지 이렇다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동남 세방향으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개전 초 수도 키이우 인근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항전 의지에 서방이 지원한 무기가 힘을 보태면서 결국 이곳에서 퇴각했다.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점령도 실패하며 오히려 역공에 몰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지역까지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