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친손녀 살해 치매 할아버지…日재판서 "실수" 부인

일본에서 친손녀를 한밤중에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해 충격을 안긴 80대 치매 할아버지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19일(현지시간) FBC 후쿠이방송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친손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도미자와 스스무(88)씨가 이날 열린 첫 공판에서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도미자와 스스무는 2020년 9월 9일 오후 10시께 후쿠이시 소재의 집에서 자고 있던 손녀 도미자와 도모미(당시 16)의 목 등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숨진 손녀는 다른 지역에서 친부모와 함께 지내다가 살해되기 얼마 전 할아버지 집으로 옮겨와 단둘이 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른 후 도미자와는 자신의 아들(도모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손녀를 살해한 사실을 직접 알렸다.

경찰은 “손녀의 상반신에 많은 상처가 있지만, 반항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잠자고 있을 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미자와는 경찰에서 “어린 손녀가 나를 심하게 질책하는 바람에 화가 나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한 집에서 화목하게 지내던 손녀에 대한 치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범행이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도미자와는 동네에서 손녀와 함께 쇼핑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 60대 주민은 “두 사람 사이에 갈등 같은 것은 없었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늘 인자하게 대했다. 같이 장을 보러 가면 뭐든지 사주고 용돈도 줬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손녀가 다니던 고교 관계자도 “밝고 명랑한 성격의 도모미는 대학을 졸업한 뒤 학교 선생님이 되기를 희망했다. 사건 당일에도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녀갔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치매를 앓고 있는 피고인에게 형사책임 능력을 물을 수 있는 지 여부다.

이날 첫 공판에서 도미자와의 변호인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선악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며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검찰 측은 “흉기를 골라 사람을 살해한 점, 범행 후 스스로 가족에게 연락한 점 등 피고인이 자기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는 행동을 보였다”며 형사 책임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은 심신미약의 상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형법은 ‘심신모약’의 경우에는 죄를 묻되 형을 감경하고, ‘심신상실’일 때에는 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