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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폭 연말 최대 75bp…“채권 자금 이탈은 제한적일 것”

■전문가 10인 채권 시장 설문

올해 韓 금리 종점 2.00~2.25%

물가 3분기 정점…빅스텝 공산 낮아

달러 강세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연말까지 상승폭은 둔화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국)의 추가적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예고로 하반기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기정 사실화되자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고물가와 연준의 긴축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시, 경기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까지 점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한편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해선 금리 역전 자체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연말 원·달러 환율 상황에 따라 원화 자산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경제가 국내 증권사 10곳(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교보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현대차증권·신영증권)의 채권 연구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올 3분기 내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 기준 금리 역전폭은 50bp(1bp=0.01%포인트)에서 최대 75bp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기준금리 예상 종점의 경우, 10명 중 9명이 연 2.00%~2.25%선을 제시하며 한은의 금리 인상 횟수가 2~3차례에 그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미국 기준금리에 대해선 8명이 유력 종점으로 2.75%를 꼽은 가운데 이들 중 2명은 3.00%까지 상단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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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근 미 연준의 가파른 긴축에 따른 금리 역전 가능성과 국내 고물가 행진으로 한은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국내 생산자물가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4.8%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물가 상승 기여도에서 수요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빅스텝에 나섰던 핵심 배경은 임금 주도 물가 상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었다”며 “한국은 임금상승률이 보합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보다 경기 둔화 가능성에 통화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큰 점 역시 금리 인상 가속화를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모두 국내 물가 상승률이 2~3분기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물가 기조를 부추기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가 2~3분기 강하게 나타난 후 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발 인플레이션 압력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동시에 성장에는 하방압력을 강화한다”며 “경기 둔화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자체가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을 이끄는 트리거(방아쇠)가 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최근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2018년 3월~2019년 10월의 경우, 국내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440억 1800만 달러 수준이 유입되면서 증권 시장 유출액(19억 6400만 달러)를 압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4월(7조 555억 원), 5월(22일까지 5조 1135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금리차 자체가 채권 자금 이탈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외국인 채권 자금이 역대 최대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유출 전환을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에는 원화자산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 전문가 10명 중 2명은 강세 지속, 5명은 강세 유지하나 진정세, 3명은 하락 전환을 전망하며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강세 지속의 근거로는 글로벌 긴축기 비교적 양호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달러화의 매력도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점이 제시됐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미국의 긴축 강화,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하며 국내 수출 모멘텀이 약화할 것을 고려하면 연말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50원 수준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원화 약세 속 외환시장 변동성이 여전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3분기 중 연준의 ‘빅스텝’이 끝나고,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금리 인상이 개시되면 전반적인 달러화 강세 압력이 완화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2분기 말~3분기 초를 고점으로 원·달러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그릴 것”이라며 “다만 구조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과거와 같은 가파른 강제 전환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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