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23일 미국과 중국 관계가 한국에 '제로섬 게임'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21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소개하던 중 ‘한미동맹 격상에 따른 한중관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고 "한미동맹이 강화됐다고 해서 한중관계를 등한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양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일 만인 20일 한국을 찾아 2박 3일간 머무르며 윤 대통령과 총 네 차례 회동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펼치는 중국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중 경제협의체로 평가받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선언하며 이런 우려는 더욱 커졌다.
다만 박 장관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격상한 것은 우리의 공통의 가치, 민주주의와 또 인권이라고 하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해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앞으로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이고 또 이번에 그것을 합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중국이 만약 그런(한중관계 악화) 우려를 한다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통해서 우려를 해소하겠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상호 공영, 또 상호 존중하면서 앞으로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대를 만드는 것은 우리 외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과 대립(confrontation)을 원치 않는다. 공정하고 진정한 경쟁(fair and genuine competition)을 원한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거듭 "IPEF건 쿼드(Quad)건 간에 우리 지역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있어 중국을 겨냥하고 중국과의 대립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고 중국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나름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국가"라면서 "새롭게 형성되는 인도·태평양의 질서와 또 그런 규범을 존중해 가면서 책임 있는 국가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또 새 정부가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할 의향을 밝혔다고도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지도력 회복을 위해 지난해 12월 화상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 첫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올해 2차 정상회의도 열 계획이다. 박 장관은 "우리가 주최할 기회가 주어지고 모든 나라가 지지하면 얼마든지 한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미일 3국 협력과 관련해서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조만간 방한해 한미일 3국 차관급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박 장관은 전했다. 외교부는 또한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북미국 내 인도태평양전략팀과 양자경제외교국 내 IPEF팀을 출범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