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토머스(29·미국)가 우승하는 것으로 미리 짜인 각본 같았다.
23일(한국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 힐스C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104회 PGA 챔피언십. 토머스는 3라운드까지 선두 미토 페레이라(칠레)에게 7타나 뒤진 공동 7위였지만 결국 270만 달러(약 34억 원)짜리 우승컵의 주인이 됐다.
이날 4라운드 전반까지도 버디·보기 2개씩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던 토머스는 11번(파3)과 12번 홀(파4) 연속 버디에 이은 17번 홀(파4) 버디로 선두 페레이라를 1타 차로 압박했다. 페레이라가 막판 실수로 자멸한 사이 윌 잴러토리스(미국)와 최종 합계 5언더파 공동 선두로 마친 토머스는 3개 홀 타수 합계로 승부를 가리는 연장에서 버디-버디-파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1년 2개월 만에 달성한 PGA 투어 통산 15번째 우승.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17년 PGA 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다.
토머스는 218야드짜리 파3인 6번 홀에서 큰 실수를 했다. 티샷이 섕크(볼이 클럽 헤드의 연결 부위에 맞아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미스 샷의 일종)가 나면서 볼은 108야드밖에 안 갔다. 그런데도 결국 우승했다. 3온 뒤 5.5m 보기 퍼트를 넣어 출혈을 최소화했고 이 기세로 남은 홀에서 버디만 4개를 잡았다. 토머스는 “대회 마지막 날 섕크를 내고도 우승한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페레이라는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6언더파로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지키기만 하면 칠레 출신 첫 메이저 챔피언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8번 홀(파4) 티샷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더니 개울에 빠지고 말았다.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도 그린 근처 러프로 들어갔고 네 번째 샷 역시 좋지 않아 더블 보기로 2타를 잃었다. 데뷔 첫 PGA 투어 우승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페레이라는 4언더파 공동 3위로 마감했다. 이날 토머스가 3타를 줄이는 사이 페레이라는 5타를 잃었다.
섭씨 32도의 더위와 10도의 쌀쌀한 날씨가 번갈아 선수들을 괴롭힌 가운데 최후 승리자가 된 토머스는 잭 니클라우스(미국), 타이거 우즈(미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30세 이전에 메이저 2승을 포함해 PGA 투어 15승 이상을 올린 선수는 니클라우스, 우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니 밀러(미국), 톰 왓슨(미국)에 이어 토머스가 여섯 번째다.
2타를 줄인 매킬로이는 2언더파 8위,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에 도전했던 조던 스피스(미국)는 4오버파 공동 34위로 마쳤다. 이경훈(31)은 5오버파 공동 41위, 김시우(27)는 9오버파 공동 60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