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바 넘어 AI·6G도 초격차…삼성, 5년 전보다 110兆 더 쏟아붓는다

[민간성장 힘 싣는 기업들]

■삼성전자, 5년간 450조 투자

이재용 '위기 때 도전' 철학 반영

경제 불확실성 커져도 선제 투자

3나노 조기투입 등 '칩 압도' 구상

공장 추가건립 'CDMO 톱' 수성

글로벌 AI센터선 선행연구 잰걸음

6G는 기술선점으로 주도권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장 시찰을 안내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장 시찰을 안내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삼성전자(005930)가 전격 발표한 ‘역동적 혁신 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5년보다 훌쩍 증가한 향후 5년 투자 규모였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투자 규모보다 무려 30%(약 120조 원)가량 더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투자 규모만 지난 5년보다 40%(약 110조 원)가량 확대하면서 ‘민간 주도 성장’ ‘경제가 안보’라는 정부 철학과 궤를 함께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에는 “위기일수록 과감히 도전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세부적으로 앞으로 5년간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바이오 등 3개 분야를 꼽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 업종은 동시에 세계 각국이 전략산업화에 나서며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추격전을 펼치고 있고,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경쟁사들이 국내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취업제한 조치에 막혀 2017년 초 전장 기업 하만 인수를 끝으로 대형 인수합병(M&A)에도 나서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후발 주자로 나선 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의 안보 산업으로 격상돼 소수 선진국과 대형 제약 기업들이 주도하는 판이 됐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기업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국민소득 증대, 국가 경제발전 효과라는 선순환 구조 구축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삼성 측의 판단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세화에 유리한 극자외선(EUV) 기술 조기 도입 등으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제품을 앞당겨 양산하면서 메모리반도체·팹리스와 함께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위탁생산개발(CDMO) 5~6공장을 추가 건립해 ‘생산량 1위’에서 ‘압도적 글로벌 1위’ 업체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은 바이오시밀러(의약품 복제약) 위주로 확대·고도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며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반도체와 바이오 공급망을 국내에 두는 것은 국내총생산(GDP) 등 수치로 표현되는 것 이상으로 전략적 의미가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구상”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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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바이오 외에 주목한 또 다른 분야는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정보기술(IT) 산업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 세계 7개 지역의 글로벌 AI센터에서 선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내 신진 연구자들의 AI 혁신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고 청소년 대상 소프트웨어 교육을 기반으로 국내 AI 저변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AI가 전자 산업뿐 아니라 국방, 기초과학, 의학, 바이오, 문화 콘텐츠, 기후변화 해결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2030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세대(6G) 이동통신은 이 부회장이 또 다른 ‘초격차’ 전략을 제시한 분야다. 차세대 이동통신은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처럼 미래 신산업의 성장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6G는 5세대(5G) 이동통신보다 50배 빠른 기술로 △초실감 확장 현실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 각종 실생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6G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선제적인 기술 개발과 국제표준 선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 회사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해 미국·캐나다·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 통신사들에 관련 장비를 앞장서서 공급한 경험이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미국 통신 업체 디시네트워크와 1조 원 규모의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9월 방한한 찰리 어건 디시네트워크 회장과 북한산을 함께 등산한 사실이 회자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전략적 투자는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 집중 투자는 향후 5년간 삼성이 한국 경제 재도약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면서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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