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채로 삶의 가치를 그린 화가였고, 야수파의 창시자이며, 파블로 피카소와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앙리 마티스(1869~1954). 노년에 암 수술을 받고 그림을 그리기 어렵게 된 마티스는 괴로워했으나, 이내 침대에 누워서도 가능한 ‘종이 오리기’ 작업을 발견했다. 원하는 대로 자른 종이를 캔버스 위에 배치하는 일은 붓으로 그리는 것 못지않게 즐거웠다. 그렇게 탄생한 ‘재즈’(1947)는 종이 오리기 작업의 결과물 20점을 스텐실 기법으로 제작한 250부 한정판 판화집이다. ‘재즈’ 속 대표작 중 하나인 ‘이카루스’는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 추락하고 마는 신화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춤추는 불나방처럼 보이기도 한다.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에 대한 마티스의 풍자로 이 작품을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재즈’를 포함한 마티스의 판화,드로잉,아트북 등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가 오는 7월 9일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막을 올린다.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과 문화콘텐츠 기업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가 공동으로 준비했다. 마티스의 작품으로만 구성한 단일 전시로는 국내 최다 작품 수를 자랑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산 지역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기획전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이 전시는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 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같은 제목으로 열렸는데, 오미크론 확산 속에서도 1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을 정도로 인기였다.
전시에는 ‘재즈’의 원작 20점이 모두 공개된다. ‘선의 연금술사’로 불린 마티스의 다양한 드로잉도 볼 수 있다. 마티스는 ‘종이 오리기’ 기법을 발견한 이후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 등 다양한 책의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를 그래픽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으로 주목한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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