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인천시장 선거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의 출격으로 박빙 열세인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민주당은 기대했지만 효과는 지지층 결집에 제한됐다.
서울경제가 여론조사기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23~24일 실시해 25일 발표한 인천 지역 여론조사에서 ‘이 위원장의 출마가 인천시장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이 50.7%를 기록해 ‘영향을 미쳤다(42.1%)’는 응답을 8.6%포인트 앞섰다. ‘모름·무응답’은 7.2%였다.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26.8%)’는 유권자가 ‘매우 영향을 미쳤다(23.1%)’는 유권자보다 3.7%포인트 많았다.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비율은 각각 23.9%, 19.0%였다.
이번 인천시장 선거에서 박남춘 민주당 후보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4년 만에 재격돌하며 접전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은 ‘이재명 카드’로 인천의 표심을 견인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거물급 정치인이 인천에 둥지를 틀면서 박 후보와의 시너지 기대를 높이고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면 여론에 순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등장은 민주당 지지층이 뭉치는 효과에 그치며 전체 판세로 확장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이념 성향별 지지도에 따라 이 위원장의 등판이 끼친 영향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층(49.6%)과 더불어민주당(52.6%) 지지층에서는 절반 안팎의 유권자가 이 위원장의 등장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반면 보수층(51.1%)과 중도층(54.9%)에서는 영향이 없었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지지 후보에 따라서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됐다. 박 후보를 뽑겠다고 밝힌 응답자의 50.2%는 이 위원장의 등장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지만 유 후보(50.8%)와 이정미 정의당 후보(62.8%) 지지층에서는 영향이 없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선거 구도의 변화를 위해서는 경쟁 후보 지지층의 표심 확보가 관건이지만 이 위원장이 분위기를 전환하는 기폭제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성비위 의혹,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민주당의 열세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빈약한 출마 명분, 시민과의 충돌로 이 위원장의 ‘인물 경쟁력’이 훼손된 것이 영향을 줬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번 조사는 인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통신 3사 가입자 리스트 무작위 추출을 활용한 무선(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5.7%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