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작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카카오TV 오리지널 '결혼백서'가 순한 맛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극적인 장면들에 익숙해진 탓일까. 어딘가 심심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빠져들고 있다. 순하디 순한 하얀 순두부 같은 묘한 매력이 있는 드라마다.
‘결혼백서’(극본 최이랑/연출 송제영·서주완)는 2년간 연애한 준형(이진욱)·나은(이연희) 커플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많은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가 결혼이 곧 해피엔딩이라는 공식을 내세우는 것과 다르게, ‘결혼백서’는 청혼부터 결혼까지의 굴곡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이 비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는 연인으로 지내왔지만 결혼 앞에서 마냥 솔직해지지 못하는 두 사람. 서로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 전에 없던 긴장감이 감돈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평생을 아껴주겠다’며 결혼을 약속까지 하게 되지만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양가 부모님이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는 상견례 자리는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다. 두 집안의 다른 분위기 때문에 생길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손사인까지 만드는 회의까지 거친다. 이후에는 연애 때는 입에 올려본 적 없던 경제적 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눠야 할 차례, 주변에서 한두명 씩 거드는 말 때문에 예민해지기도 하고 주도권을 잡으려 노력한다.
이렇게까지 결혼 과정을 세세하게 그린 드라마는 없었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궁금증이 높아진다. 미혼자는 간접적으로 결혼 과정을 체험해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대입하게 된다. 기혼자는 자신의 과거와 비교하면서 공감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이야깃거리가 더 생산된다.
최근 몇 년간 드라마 ‘보이스’ ‘스위트홈’ 등 장르물에 집중했던 이진욱의 로맨스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달달한 눈빛과 다정한 말투로 로맨스 남자 주인공에 적역인 그는 오랜만에 주전공을 되찾고 여심을 저격한다. 이연희 역시 맞는 옷을 입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과장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게 일상 속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기혼자인 이연희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끄는 데 한몫한다.
작품에 숨을 불어넣는 주변 인물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남녀 사이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사이다 멘트 날리는 나은의 회사 선배 희선(황승언), 준형에게 엉뚱한 조언을 날리면서도 자기 일처럼 함께 고민해 주는 민우(송진우), 그리고 나은과 준형의 부모님까지 모두 저마다의 상황에 맞게 대입해 볼 수 있을만한 인물들이다.
아직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이 한참 남은 나은과 준형. 부모님이 도와주기로 한 신혼집은 예정대로 전세로 구할 것인지, 위치는 어디로 정할 것인지, 혼수는 어느 정도 선에서 맞출 것인지, 결혼식장과 예복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등 풀어낼 이야기들이 많다.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을지 이후가 궁금해진다.
◆ 시식평 - 결혼은 처음인 당신에게 가이드북이 필요하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