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윤미향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에게 주요 내용을 사전에 구두로 설명했다는 기록을 담은 문건을 26일 공개했다.
이는 서울고등법원이 11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 2심에 대해 ‘청구 대상 정보의 일부를 공개하라’는 1심 판결(지난해 2월 10일)을 유지한 데 따른 조치다. 외교부는 제반 요소를 고려하며 정보공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 결과 전날 법무부에 상고 포기 의견서를 전달하고 이날 원고 측에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된 문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론적으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알 권리라든가 외교적 파장을 모두 고려해 결과적으로 시간만 끄는 것이고 (법원 판결이) 바뀌지 않는다면 상고 포기 의견서를 내고 그 선에서 (기록을) 공개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문건 공개가 미칠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일본 측에 (문건 공개 계획을) 사전에 간략히 설명했다”고도 전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 과정에서 이상덕 당시 동북아국장이 윤미향 전 대표와 네 차례 만나 면담한 결과를 담은 문건 4건을 한변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양측이 2015년 12월 27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실시한 면담 내용을 기록한 문건을 보면 이 전 국장은 당시 윤 전 대표에게 각별한 대외 보안을 당부하며 △일본 정부 책임 통감 △아베 신조 총리 직접 사죄·반성 표명 △10억 엔 수준의 일본 정부 예산 출연 등 이튿날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요 내용을 사전에 구두로 설명했다.
이외 문건들에도 같은 해 3월 25일과 10월 27일, 12월 27일에 이 전 국장이 윤 전 대표를 만나 협의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양국 합의 발표 직후 논란이 됐던 한국 정부의 소녀상 철거 조치,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피해자들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출연하기로 한 점 등에 대해서도 이 전 국장이 윤 전 대표에게 사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실은 성명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 자제를 약속한다는 굴욕적인 합의 사항은 전혀 설명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실은 “합의 발표에 앞서 윤 의원이 외교부와 면담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합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고 이를 피해 할머니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식의 악의적 언급이 보도되는 데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