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쥐떼 피해 빌딩에 숨어 사는 신인류

■행성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개미’(1991)로 세계적 스타가 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행성’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2020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책이다. 전작 ‘고양이’와 ‘문명’으로 이어진 베르베르식 고양이 연작의 완결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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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테러, 전염병의 창궐로 인구는 8분의 1로 줄어들었다. 디스토피아적 도시를 점령한 것은 쓰레기와 쥐들이다. 주인공인 고양이 바스테트는 쥐 없는 세상을 찾아 파리를 떠나고 ‘신세계’를 꿈꾸며 뉴욕으로 향한다. 쥐떼의 공격을 피해 겨우 도착한 고층 빌딩에서 알게된 사실은 뉴욕의 인간 4만 여명이 쥐를 피해 200여 개 높은 건물에 숨어 산다는 것이었다. 땅에 발을 디디지 않고 살아가는 일종의 신인류다. 2020년에 발표한 베르베르의 초단편소설 ‘호모 콘피누스’가 지하에서 살아가는 인류를 주인공으로 한 것과 반대 상황이다. 관통하는 공통점은 격리된 삶과 그로 인해 두드러지는 인간의 본성. 소설 속 ‘프리덤타워’라는 곳에서는 102개 인간 집단을 대표하는 총회가 열리는데, 강경파 인간들이 핵폭탄을 사용해 쥐를 없애자며 갈등이 고조된다. 하바스테트는 103번째 대표자격을 요구하지만 고양이의 의견이라 묵살당한다.

본래 베르베르 동물 혹은 신이나 천사 같은 초월적 존재를 내세워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계를 들여다보곤 했다. 이번 책 ‘행성’에서는 인간의 비중이 좀 늘어난 편이긴 하나 호전적인 본성, 소통보다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참혹한 우리 시대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세상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목소리가 강렬하다. 총 2권, 각 1만68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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