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쟁위행위인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현대자동차 파업 노동자들이 업무방해죄 처벌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만이다.
헌재는 26일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 A씨 등이 형법 제314조 제1항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4(합헌)대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위헌 결정이 나오기 위해 필요한 정족수는 6명이다.
재판부는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의 자유나 경제활동의 자유 및 거래질서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에 한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단순 파업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노사 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려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2010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벌어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정리해고 사태에서 출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 간부 A씨 등은 사측으로부터 노동자들의 해고 통보를 받자 3차례에 걸쳐 휴무일 특근을 거부했고, 검찰은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A씨 등을 기소했다.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A씨 등은 항소심이 진행되던 2012년 파업으로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손해를 초래할 때에만 위력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근거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형법 제314조 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번 사건은 10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서 헌재 최장기 계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러는 사이 A씨 등은 대법원에서 업무방해죄로 유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 2015년 ‘사법농단’ 의혹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헌재가 이번 사건에서 대법 판결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내부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막아야 한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