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부커상’ 무산 정보라 “해방됐다… 마음 놓고 런던 여행”

수상했다면 인터뷰 등 언론행사 다녀야

상을 타거나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믿는 가치·진실 전달 위해 글을 쓸 것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열린 부커상 시상식에서 정보라 작가(왼쪽 첫 번째), 수상자인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왼쪽 네번째) 등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작가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그린북에이전시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열린 부커상 시상식에서 정보라 작가(왼쪽 첫 번째), 수상자인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왼쪽 네번째) 등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작가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그린북에이전시




“해방되었다는 느낌과 안도감이 아주 큽니다.”



정보라(46) 작가는 세계적인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수상이 좌절된 데 대해 “만약 수상했다면 내일 내내 인터뷰 등 언론 행사를 다녀야 했을 텐데 이제야 마음 놓고 런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커재단은 26일 밤(현지시간) 영국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열린 부커상 시상식에서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의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을 2022년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미국 번역가 데이지 록웰도 공동 수상했다. 정 작가의 ‘저주토끼’는 최종 후보에 올라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이후 또 한번의 수상 기대감을 모았으나 아쉽게도 무산됐다.



하지만 세계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성과만으로도 한국 장르 문학이 새롭게 조명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에서 장르 문학은 판타지, 과학소설(SF), 추리 등 특정 유형의 서사를 띠고 대중성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순수 문학에 비해 저평가되거나 홀대받아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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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부커상 시상식이 끝난 뒤 ‘저주토끼’ 해외 판권 업무를 담당하는 그린북 에이전시를 통해 보내온 소감문에서 “한국 문학을 포함해 모든 문학과 예술은 포부를 갖지 않을 때 가장 많은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상을 타거나 독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믿는 가치와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모래의 무덤\’을 번역한 미국 번역가 데이지 록웰./사진제공=그린북 에이전시‘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모래의 무덤\’을 번역한 미국 번역가 데이지 록웰./사진제공=그린북 에이전시


정 작가는 시상식을 둘러싼 뒷얘기도 전했다. 그는 “슈리 작가가 수상소감에서 “부커야 부커야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잘났니?”가 아니라고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를 응용해) 딱 집어 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가님이 현자이신 것 같다”고도 했다.

번역자인 안톤 허와의 협업에 대해서도 큰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안톤 허는 출중한 번역가이면서 동시에 홍보도 잘 하고 인맥도 넓고 문학계 사정을 두루두루 잘 이해하고 판단력도 뛰어난 만능 인재”라며 “앞으로 ‘붉은 칼’과 ‘그녀를 만나다’를 번역하기로 했는데 이후에도 계속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29일 수상자 대담을 본 뒤 영국 웨일즈 지방의 헤이온와이에서 매년 5월말부터 6월 초까지 열리는 열리는 ‘헤이 페스티벌’ 문학축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후 며칠간 영국을 여행하면서 가보지 못한 곳들을 느긋하게 둘러볼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귀국 후에는 다음달 30일 번역 마감, 7월 말에 SF단편 마감, 8월 30일과 11월 30일 번역마감, 2030년 초 장편소설 마감 등 빽빽한 일정이 잡혀 있어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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