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정시 생명력 끝나…학종이 더 공정”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어떻게 5지선다형으로 창의인재를 뽑을 수 있겠나. 정시의 생명력은 끝났음에도 공정성 문제로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우동기(70)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지난 26일 경북 경산시 효성캠퍼스 도서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하는 입시전형”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우 총장은 초·중등교육은 물론 고등교육까지 두루 경험한 자타공인 교육전문가다. 2010~2018년까지 8·9대 대구시교육청 교육감을 역임했고 2005년 영남대 총장에 이어 지난해 1월부터 대구가톨릭대를 이끌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는 제20대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우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교육 과제를 거침없이 읊어 내려갔다. 기존 강연 주제는 ‘지방대의 역할'이었지만 그가 이날 강조한 과제들은 유아부터 대학 정책까지 모든 분야를 아울렀다. 마침 이날 오전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새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였던 탓에 그가 쏟아낸 말들은 새 정부를 향한 채찍질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역대 대선에서 이토록 교육 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유일하다”며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교육 분야도 가장 얇고 아직 방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시 생명력 끝나…창의인재 선발 위해선 수시 중심돼야"=우 총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창의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선 정시모집 확대가 아니라 수시 모집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은 이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중심으로 짜여 있는데 이른바 ‘조국 사태’이후 추진된 정시 확대 움직임으로 교육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것. 그는 “정시 모집의 생명력은 이제 끝났음에도 입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정시모집 확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며 “각종 추천서, 인턴 등 외부요소가 학종에 영향을 미치던 건 10년 전의 얘기지 현재의 학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질적으로 더 공정하지 못한 제도는 정시라고 생각한다”며 “정시 확대는 부동산 가격, 사교육까지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세대 위해 계절학기·학사편입 확대·개방 필요"=코로나19 세대 학생들에 대한 교육 복원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교육 정책으로 꼽았다. 우 총장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이 3년간 낀 세대는 ‘깜깜이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며 “이 세대 학생들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학력이나 정서 건강, 권리의식 등을 어느 수준으로 갖췄는지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세대가 사회 주체가 됐을 때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새 정부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대학 총장으로서 초·중·고 학생뿐 아니라 코로나 세대를 겪은 대학생을 위한 대책도 제안했다. 계절학기 확대와 학사편입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나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 총장은 “지난 2년동안 학교도 제대로 오지 못하고 졸업을 한 학생들이 있다. 이는 그냥 넘어가선 안되는 사실”이라며 “여름방학부터 계절학기를 대폭 확대해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고, 코로나19 세대 졸업생들에게는 학사 편입제도를 개방하거나 대학원 과정까지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정원외 모집 허용과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제 개편 통해 입직연령 낮춰야"=기존의 ‘6-3-3-4’ 학제도 개편해 입직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저성장 시대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다. 우 총장은 “이제 6살만 돼도 얼마든지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며 “유보 통합과 초등학교 6세 입학, 중·고 통합 5년 과정 등으로 입직 연령을 3~4년 낮추면 10%의 인구 증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학 역시 굳이 4년 8학기 과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게 우 총장의 생각이다.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데 오랜 시간 학교에 붙들려 이미 낡고 죽은 학문을 배우는 경우도 생긴다는 지적이다. 그는 “남학생의 경우 군대까지 다녀오면 대학 입학 때 배운 공부를 최소 6년 뒤에 써먹는다”라며 “1년에 3학기씩 3년을 다니는 다학기제와 전문대·사이버대·일반대의 구분 폐지 등 규제 중심의 고등교육 정책 철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가 올해부터 모집한 온라인 대학 ‘유스티노자유대학’이 그 예다. 유스티노자유대학은 국내 4년제 일반대학 중 최초로 온라인 수업 중심의 단과대학을 운영한다. 1년 3학기제로 3년 만에 졸업 가능하며 대구가톨릭대의 일반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일반 학과와의 오프라인 교차수강이 가능하고 학비는 일반대학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부동산경영학과, 복지서비스학과, 상담심리학과, 경찰탐정학과 등을 운영 중이다.

우 총장은 이 밖에도 △수도권은 대학, 지방거점국립대학은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전환 △사립학교의 공립학교 설립지역 이전 지원 △장애학생의 고등교육 기회 확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존폐 권한 시·도교육청 전면 이양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