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좌파 vs 포퓰리스트…콜롬비아 대선, 누가 돼도 美와 멀어진다

6월 19일 결선투표

좌파연합 페트로 1차투표서 1위

중도 우파 에르난데스와 결선行

페트로 당선땐 첫 좌파 대통령

베네수엘라와 관계 회복 공약

에르난데스도 '親美'와는 거리

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구스타보 페트로(왼쪽) 대통령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프란시아 마르케스 부통령 후보와 함께 대선 1차 투표 1위를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구스타보 페트로(왼쪽) 대통령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프란시아 마르케스 부통령 후보와 함께 대선 1차 투표 1위를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부카라망가에서 로돌포 에르난데스 대통령 후보가 투표용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부카라망가에서 로돌포 에르난데스 대통령 후보가 투표용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간) 콜롬비아에서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와 중도 우파 성향의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가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결선투표행을 확정했다. 두 후보 모두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회복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데다 마약 단속을 위한 미국과의 협력부터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간 강력한 동맹으로 일컬어지던 미국과 콜롬비아의 관계가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진행된 1차 투표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페트로가 40.3%(개표율 99.99% 기준)를 득표하며 1위를 차지했다. 무소속의 에르난데스는 28.1%를 차지하며 강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던 페데리코 구티에레스(23.9%)를 4.2%포인트의 차이로 따돌렸다. 이로써 페트로와 에르난데스는 다음 달 19일 열리는 결선투표에서 마지막 승부를 겨루게 됐다. 승자는 8월 7일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현직 상원 의원인 페트로는 과거 좌익 게릴라 단체인 M-19에서 활동한 반군 출신이다.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냈으며 이번이 세 번째 대선 출마다. 그는 무상 고등교육과 미혼모 대상 최저임금, 콜롬비아 내 최고 부자 4000명에 대한 증세 등과 같은 재분배 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그가 당선될 경우 콜롬비아에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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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출신으로 지방 도시 부카라망가 시장을 지낸 에르난데스는 포퓰리스트에 아웃사이더, ‘콜롬비아판 트럼프’로 불리는 인물이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독일의 유명한 사상가 아돌프 히틀러의 추종자’라고 발언했다가 이후 수정하는 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틱톡의 노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부정부패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유권자들이 부정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상황에서 국가 예산을 대폭 줄여 부패를 종식시키겠다는 에르난데스의 단순한 메시지가 반향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탄 그를 구티에레스가 지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각에서는 에르난데스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결선 결과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번 대선이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다소 뼈아픈 결과로 남게 됐다. 차기 대통령이 될 페트로와 에르난데스 모두 이반 두케 현 콜롬비아 대통령을 포함한 기존 대통령들과는 달리 ‘친미’ 성향을 지니지 않고 있어서다. 페트로는 마약 문제와 베네수엘라 외교, 무역 협력 등의 이슈를 포함해 미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해왔다. 무역에서는 미국과의 FTA가 콜롬비아의 원자재 수출 능력 등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며 미국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 동참하는 것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페트로는 양국 관계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콜롬비아는 오랫동안 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던 만큼 페트로의 승리는 워싱턴과의 충돌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당선은 중남미 지정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미국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칭하자 콜롬비아도 과이도를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외교 관계는 단절됐다. 하지만 페트로는 마두로 정권과의 관계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NYT는 “이는 남미에서의 미국의 최대 적수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시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르난데스는 외교 정책과 관련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베네수엘라에 거주하고 있는 콜롬비아인들을 위해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특히 상업 관계를 회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FT는 “에르난데스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과의 영사 관계 및 무역 관계를 복원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난데스는 또한 대미 관계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생산해 수출하는 것에 있어 족쇄를 채우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며 미국과의 FTA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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