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은희경 "장편소설 '새의 선물'은 빛이자 그림자"

100쇄 기념 개정판 출간 간담

"과거와 현재의 내가 공동작업"

차기작은 인간의 유한함 성찰

소설가 은희경 작가가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 100쇄 기념 개정판 출간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제공=문학동네소설가 은희경 작가가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 100쇄 기념 개정판 출간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제공=문학동네




“소설 ‘새의 선물’은 저에게 굉장한 빛이자 길고도 희미한 그림자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어요.”

소설가 은희경 작가는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 100쇄 기념 개정판 출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책 덕분에 작가 생활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15권의 책을 냈는데도 많은 분들이 대표작으로 꼽고 있다”며 “저는 점점 더 잘 쓰고 있는데 (웃음) 이 소설로만 평가받다 보니 제 발밑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판에서 작가는 앉은뱅이책상, 벙어리장갑, 곰보 아줌마 등 장애인이나 여성 비하 단어와 지금 정서에 맞지 않는 표현을 바꿨다. 반면 소설의 전반적인 뼈대는 손대지 않았고 시대 배경이나 분위기도 그대로 살렸다. “소설에서 할머니가 욕을 많이 하지만 그 욕은 빼지 않았어요. 그 시대를 살리려고 노력하면서 작가로서 세상을 보는 관점을 지금의 관점으로 편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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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27년 전 나와 지금의 내가 공동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제 이 책은 누구에게도 선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은 작가의 개정판 소감이다. 1995년 출간된 ‘새의 선물’은 35세 여성이 영악했던 12세 시절을 회상하며 가부장적 남성 중심 문화와 일상 생활에 침투한 군사독재를 꼬집는 소설이다.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다 보니 위악적이고 독기 어린 문체가 필요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연신 감사의 뜻도 표했다. 은 작가는 “출간 이후 27년에 걸쳐 100쇄가 됐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순간 관심을 받은 작품이 아니라 27년 동안 책이 던진 질문에 꾸준히 공감해준 독자들은 작가에게 굉장한 배후 세력이며 제가 글을 쓰는 힘”이라고 했다.

그는 출간 당시 뒷얘기도 들려줬다. 언론사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당선되고도 아무런 원고 청탁이 없자 해발 1000m 고지 외딴 절에 틀어박혀 장편을 썼는데 자신의 소설 가운데 가장 빨리 썼다고 했다. ‘일생일대 딱 한 번 오는 문운(文運)이었다’는 것이다. 또 출판사도 상업적인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고 강태영 전 문학동네 대표가 농담으로 10만 부가 팔리면 승용차를 선물로 주기로 약속했는데 실제로 그해 차를 받았다는 것이다.

차기작으로는 몸에 관한 장편을 준비 중이다. 그는 “몸은 인간의 조건이자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서 필수 요소이며 세상이 나를 평가하고 오해하는 출발점”이라며 “쇠퇴하고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유한함을 성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기에 대한 단편소설도 쓰고 싶다고 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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