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호남 지역당’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전국 17개 시도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4곳을 지켜냈지만 범호남권을 제외하면 모두 치열한 접전을 벌여서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당시부터 돌아선 민심이 명확히 확인됐음에도 쇄신을 미룬 결과 지방 권력도 국민의힘에 넘겨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일 오전 1시 30분 기준 17개 광역지자체장 가운데 민주당이 20%포인트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 차를 보인 곳은 광주·전남·전북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서는 약 15%포인트 차로 오영훈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가 앞섰다. 경기·대전에서는 2%포인트 내의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에 뒤처졌다. 17개 시·도 가운데 민주당이 14곳을 쓸어갔던 4년 전과 정반대 상황이다. 20대 총선·19대 대선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까지 전국선거 3연승을 통해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했던 민주당이 다시 ‘텃밭’ 호남에서만 몰표를 얻는 지역정당으로 후퇴한 셈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고배를 마셨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구 중 24개구에서 구청장을 배출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13곳에서만 우세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도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한 곳은 6곳에 불과했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거나 우세한 곳은 66곳에 불과해 풀뿌리 지방 권력까지 국민의힘에 넘어간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전남 86.1%, 광주 84.8% 등 호남에서 몰표를 얻었지만 패배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대선 이후 첫 일정으로 광주에서 회의를 열고 “분에 넘치는 호남 시도민의 성원을 갚는 길은 오직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쇄신뿐”이라며 “모든 것을 바꿔서라도 부끄럽지 않은 민주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늦어진 쇄신 탓에 민주당은 지방 권력도 놓치게 됐지만 당내 잡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선거 직전까지도 지도부 내에서 혁신 방향을 두고 내홍이 이어진 바 있다.